21일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의결된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23일 재정위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재정위 차원의 합의는 어렵지 않은 분위기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심지어 한은 내에서조차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금융안정 책임과 금융기관 직접조사 등 권한을 부여한 개정안이 소위에서 의결된 것은 큰 변화다. 갖가지 의견차이로 영원히 표류할 것만 같던 개정안이 비로소 입법을 향한 '트랙'에 올라섰기 때문. 하지만 소위 의원들만큼 열정을 가진 세력이 더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한은법은 앞으로 본회의 통과라는 결승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숱한 '태클'에 시달려야 할 판이다.
예상되는 변수로는 우선 국회 내 상임위원회 간 기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금융기관 조사권한을 침해 받기 싫어하는 금융위원회의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는 여ㆍ야 의원 모두 만장일치로 법 개정에 반대다. 비록 한은법이 재정위 업무라 해도 같은 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심할 경우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실제 올해 초 4대보험 통합징수 관련 법안 역시 재정위와 보건복지가족위 간 이견으로 계속 보류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정부발의가 아닌 의원발의 형태라는 점도 변수다. 의지를 갖고 의원들을 끈기 있기 설득할 부처나 기관 같은 주체가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은법은 여ㆍ야 모두 반드시 통과시켜야겠다는 '관심 법안'도 아니다. 정치적 쟁점이 없는 만큼 쉽게 통과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한없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그 동안 '신중 검토' 입장을 견지해 온 정부의 반대기류도 당장 전해졌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은법 개정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지 지금 이런 문제로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 우리 입장을 전달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자신했다.
때문에 개정안이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더라도 향후 법사위 심의, 본회의 통과까지는 단순한 '진통' 이상의 난관이 예상된다. 자칫 법안 자체가 보류돼 상정되지 않을 수도 있고, 끝까지 살아남더라도 기관 및 상임위간 갈등 무마 차원에서 수정이 가해져 '누더기' 법안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은 관계자는 "수정보다는 차라리 보류가 낫다"고 전했다.
서병수 재정위원장은 이날 "당장 재정위 차원의 합의는 가능해 보이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며 "4월 임시국회 통과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