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국내 프로야구가 사라졌다. 케이블TV 스포츠전문채널 4사인 SBS스포츠, KBS N, MBC ESPN, Xports가 중계권료 문제로 18일부터 일제히 중계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제한파로 광고가 급감했는데도 지난해(회사 당 16억원)보다 3억원이나 더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에이전시를 통해 협상에 나선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장은 다르다. 중계권료를 더 낮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보다 3억원 올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올해에는 IPTV에 콘텐츠를 재판매해 얻는 수익 중에서 5억원씩을 방송사 측에 되돌려주겠다"며 오히려 2억원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채널4사는 KBO가 자신들이 만든 중계영상을 멋대로 IPTV에 판매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미국과 일본처럼 중계영상의 저작권이 KBO에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방송사 역시 영상을 만든 과정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중계권료에다 앞으로도 발생할 새로운 매체시장에 대한 이권다툼, 자존심 경쟁이 겹쳐 한국 프로야구는 지금 운동장에만 머무르고 있다.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돈이다. 이유야 무엇이든 한 푼이라도 더 챙기고, 덜 주려는 줄다리기일 뿐이다. 어디에도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마음은 찾아볼 수 없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위대한 도전에 감격해 "한국프로야구 사랑하자"고 양측 모두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더구나 그 최대 수혜자는 담합 냄새까지 풍기며 KBO를 압박하고 있는 케이블채널 4사와 그 모체인 지상파 3사다. 그들은 WBC 중계로 무려 80억원의 광고수익을 올렸다. 바로 그들이 외면하는 우리 선수들과 팬들 덕분이다. 보답으로라도 그때의 야구 열기와 사랑이 국내경기로 이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인기가 좋다고 이승엽이 나오는 일본 프로야구 중계만 하는 스포츠채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올림픽 우승, WBC 준우승의 한국프로야구가 엉뚱한 채널에서 땜질로 중계되는 현실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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