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개성공단에 제공했던 특례 혜택을 재검토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 개성공단기업협의회와 입주 기업들은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 흐름을 지켜봤다.
'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근로자 임금과 토지 사용료 지급 유예 등 개성 공단의 최대 이점이 당장 사라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업체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개성 공단에서 사업을 계속 할 수 있을 지 여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유창근 부회장은 "북측이 현대아산 직원 억류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개성 공단 운영 문제를 꺼낼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의 가장 큰 장점은 값싼 노동력인데 임금 조정을 요구하면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토지 사용 임대료도 2014년까지 보장을 받기로 한 것인데 내년부터 내놓으라고 한다면 이는 합의를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입주를 눈 앞에 둔 한 업체는 토지공사의 용도 지정 기한이 6월로 다가오면서 고민에 빠졌다. 회사 관계자는 "토공에서 2년 기한을 연장해 3년 여유를 줬지만 북측에서 요구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입주를 해도 사업성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며 "얻은 것 하나 없이 빈 손으로 돌아온 정부의 대처도 믿음이 가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미 큰 돈을 들여 개성에 진출한 상황에서 철수는 곧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개성을 무작정 떠날 수도 없다는 점이 업체들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기계부품 업체 한 관계자는 "여건이 나빠지더라도 대안이 없어 개성 공단이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입주 업체들은 그러나 당국자 사이의 협상이 북한의 일방적 입장 통보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먼저 요구 사항을 주장하면 협상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긴급대책회의협의회를 여는 것도 검토했지만 취소했다. 이임동 사무국장은 "아직 정부로부터 구체적 내용을 통보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의 설명을 듣고 입장을 정리하는 게 순서"라면서 "문창섭 회장이 방북해서 현지 상황을 먼저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에 24일째 억류된 직원 유모씨의 접견권 문제가 풀리지 않은 현대아산은 당혹감에 빠져있다. 개성공단 사업소 관계자를 통해 상황 파악과 함께 대응책을 찾고 있지만 억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고민은 깊어 가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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