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이 세계 평균 성장률에도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인 만큼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 경제의 회복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IMF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IMF는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y Outlook)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4.0%, 그리고 내년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올 1월 전망과 비교를 하면 올해 성장률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내년 성장률이 4.2%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당초엔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 속도가 비교적 빠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엔 내년에도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수정 전망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IMF가 올해 성장률은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를 하향 조정한 반면, 내년 성장률의 경우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낮춰 잡았다는 점. 이에 따라 당초 1월 전망에서는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이 선진ㆍ신흥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일본(-6.2%) 러시아(-6.0%) 독일(-5.6%) 등 상당수 국가들이 한국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전망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올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계속 0%만 유지를 해도 연간 성장률이 –3.6%가 된다"며 "이보다는 올해 성장률이 더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 논란이 되는 건 내년이다. IMF는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1.5%)이 세계 평균(1.9%)이나 G20 평균(2.0%)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윤 국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G3 국가의 경기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기 어렵다고 내다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 경제의 추세다. IMF는 이날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다시 낮춰 잡았다. 3.8%(작년 4월) →3.0%(10월) →2.2%(11월) →0.5%(올 1월) →-1.0~-0.5%(3월) →-1.3% 등 벌써 5차례 내리 하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세계 성장률 역시 1월 3.0%보다 크게 낮춘 1.9%로 수정됐다.
"금융시장 상황이 정상화하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신흥국 대외차입 여건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는 이유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지나치게 비관해서 좌절을 맛보게 해서도 안되지만, 쓸데없는 환상을 불러일으켜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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