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기가 좀 시들해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곳곳에 애견 카페가 참 많았다. 꽉 막힌 공간 안에 수많은 개들이 어슬렁대고 뛰고 먹이를 좇아 우르르 몰려다니고 똥을 싸고 털도 많이 날릴 테고. 정말 개를 좋아하지 않고는 가기 힘든 곳일 거라 꺼리고만 있었는데 개라면 사족을 못 쓰는 큰애의 성화에 가게 되었다.
생각 외로 추가된 게 있다면 손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미친 듯이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였다. 캥캥, 왈왈, 멍멍, 을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쇼룸처럼 생긴 칸막이 안에 든 온갖 종류의 개들이 일제히 손님들을 향해 짖기 시작한다. 뛰어오르고 구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그러다 옆의 개를 밟는 일도 다반사였다. 제발 자신을 선택해달라는 애절한 눈빛이었다. 한때 나는 그런 눈빛을 사람에게서도 본 적이 있었다. 딱 한 마리만 골라야 되느냐고, 큰애는 울상이 되었다.
아픈 듯 가만히 누워 있거나 선택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경지에 오른 듯한 늙은 개가 오히려 눈에 띄었다. 큰애는 작은 강아지를 골라 품에 안았다. 개들은 연신 탁자 위로 올라오고 다른 테이블로 몰려갔다. 혼이 쏙 빠졌다. 이것은 정녕 개의 낙원인가 아니면 개판인가. 큰애는 그렇게 가고 싶다던 애견 카페에 다녀오고 나서 울적해졌다. 두 번 다시 가고 싶단 말을 하지 않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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