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9재보선에서 여야가 각각 집안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속내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는 '김심(金心)'이, 경북 경주에서는 '박심(朴心)'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은 일단 외양상으로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는 모양새다. 그는 자신을 방문했던 정동영 후보와 신건 후보에게 "어떤 경우에도 당이 깨지거나 분열돼선 안 된다"고 무소속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이 20일 전주 지원 유세에 나서 민주당 지지를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민주당 지도부가 박 의원을 긴급 투입한 것도 '김심'을 통해 무소속 연대를 압박하려는 의도다.
김 전 대통령의 24일 고향 방문에 대해서 민주당 측이 "호남이 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심 반기는 것 역시 이런 차원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속내는 '민주당이 분열돼선 안 된다'는 중립적 메시지에 멈추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 후보와 신 후보가 당선 후 복당하겠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굳이 한 쪽의 손을 들어 줄 이유가 없다는 차원이다. 정 후보 측도 "김 전 대통령의 고향 방문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선거와 관련해 '침묵' 중이다. 경주 선거에 대해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재보선에 관해선 주변 사람들에게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침묵 자체만으로 박 전 대표의 속내를 알 수 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자신의 특보 출신인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도와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박 전 대표의 의중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일종의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영향력 증명인 셈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25일 대구행도 관심이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리는 '비슬산 참꽃축제' 참석을 위한 방문이다.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매년 가던 지역구 행사라 가지 않는 게 이상해서 가는 것"이라며 선거와는 관계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선거일을 나흘 앞둔 시점이라 구구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류 측은 박 전 대표 영향력에 대해 내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가 어떨지 초미의 관심사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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