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떠들썩하게 신문 지면을 장식하던 연예인 마약 사건, 큰 일 많지 않던 예전에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누구누구가 대마초를 했다더라, 상대의 옆구리를 찔러가며 소곤소곤 얘기하는 어른들의 목소리는 은밀했다. 동네마다 술 먹고 행패를 부리거나 상습적으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망나니들'도 꼭 하나씩 있었다. 큰길에 서서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반칙이었다.
한밤의 사건은 구멍가게 한 귀퉁이, 한적한 담 모퉁이, 안방 깊숙한 곳으로 옮겨 다니며 점조직처럼 퍼져나갔다. 중독에 관해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그 시절이 지나고 우리 사회의 중독은 피씨통신 시절을 맞아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며 양지로 나서게 된다. 대화방에서 이뤄지는 채팅은 신선한 충격을 넘어 채팅창 앞에서 사람들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이 있었다. 전화로 피씨통신에 접속하던 시절 한 달 전화비가 10만원 넘게 나와 집안에 풍파가 일어나기도 했다.
일상생활을 접고 아예 피씨방에서 먹고 자는 게이머들을 비롯, 전원이 꺼진 휴대폰을 손에 들고 금단 현상을 보이는 부류들까지, 중독자들도 첨단의 길을 걷고 있다. 대학생들의 이십퍼센트가 알코올 중독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디지털이 판치는 중독의 세계에서 복고적인 중독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의 소식이 잠깐 반가웠다 말았다.
하성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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