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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이상한 나라, MBC

입력
2009.04.2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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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국장이 20일 전격 사퇴했다. 취임 후 불과 한 달 반 만이다. "앵커 교체는 기자들의 의견을 참고해 결정하겠다"는 말이 화근이었다. 제작 거부까지 하면서 신경민 앵커 교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던 기자들과 노조는 "우리의 요구가 정당했다는 뜻"이라며 "책임질 만한 사람이 책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앵커 교체와 외부 압력 논란

그들의 말대로라면 앵커 교체는 잘못된 인사이며, 그 책임은 보도국장에 있다. 앵커 교체 방침이 나오자 MBC 일부 기자들과 노조는 대뜸 부당한 인사,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보도국장이 그것을 막지 못하고 굴복해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신경민 앵커의 교체가 정말 전적으로 '외압'에 의한 것인가.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명령'이 내려와 결정된 것인가. 그간 MBC 내부의 여러 사정을 들어보면 그건 아닌 모양이다. MBC는 지난 연말 뉴스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까지 만들었다. 갈수록 추락해 지금은 SBS 8시뉴스보다 못한 뉴스데스크. 어떻게 하면 시청률과 신뢰도를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MBC는 고민해왔다. 당연히 뉴스 시청의 중요한 변수인 앵커 교체도 고려 대상이었다.

신경민 앵커의 태도와 편파성 역시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자체 모니터 보고서는 편파성을 여러 번 지적했다. 날 세운 비판은 좋지만, 찬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누가 봐도 지나치게 편향적인 클로징 멘트가 문제가 됐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이런 지적과 충고를 자기를 쫓아내려는 음모라며 무시해 왔다. 심지어 편집회의조차 참석하지 않는 독단적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그의 멘트는 MBC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의 시각이고 주장이라는 얘기가 된다.

편파성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앵커에게 어느 정도의 논평 권한, 애드립을 허용하는 것이 관행이라 해도 그 한계는 분명 있다. 더구나 MBC는 공영방송이다. 미국의 상업방송과는 다르다. 앵커가 정파적인 견해를 노골적으로, 반복해서 드러내서는 안 된다.

MBC에는 방송강령이 있고, 올 1월에 만든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이 있다. 불편부당한 공정방송에 힘쓴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룰 경우 대립된 견해를 균형 있게 다루어야 한다, 논평은 시청자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의 바탕 위에서 합리적 설명이 되도록 한다는 조항 등이 있다. 어기면 징계를 받는다. 문제는 MBC 일부 기자들과 노조는 그 기준과 판단까지도 오직 자신들의 '생각'대로 한다는 데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사소한 집안일, 집단 이기주의까지도 공영방송을 들먹이며 철저히 정치 이슈화하는 데 있다. 김미화 교체 해프닝도 그렇다. 꼭 그녀가 진행을 맡았기 때문에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의 청취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방송시간, 내용, 구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비용 절감과 오래된 진행자 교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필요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 촛불집회 참여자' 김미화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몰아갔다. 신경민 앵커 교체에서는 인기를 무시하더니, 여기서는 인기를 들고 나오는 자기모순에 빠졌다.

더 커지는 정치이슈화 경향

그들의 주장대로 김미화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최근에야 SBS FM으로 방송에 복귀한 정선희도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 정선희는 지난해 5월 촛불 시위자들에 대한 충고 한 마디 한 '죄' 로 MBC TV와 라디오의 모든 프로그램 출연과 진행을 도중 하차했다. 이유는 네티즌들의 반발이었다. 방송의 독립성도, 연예인에 대한 태도까지도 이렇게 정치적이다.

뉴스는 물론 MBC 자체를 안 본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요즘 같으면 MBC가 없어져도 아쉬울 게 없다는 말까지 한다. 식구들에게서까지 이런 자조가 나온다는 것은 MBC가 점점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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