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63)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빼돌린 청와대 공금은 대통령이 쓰는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노 전 대통령이 자금 조성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한 뒤, 다음달 초쯤 노 전 대통령을 대검찰청 청사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21일 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2005~2007년 대통령에 사용권한이 있는 청와대 특수활동비 가운데 12억5,000만원을 6차례에 걸쳐 빼돌려 2006년 8월 이전 지인 2,3명의 명의로 개설한 차명계좌에 넣었다. 정 전 비서관은 이후 이 돈을 무기명 채권과 주식, 상가 임차비 등으로 수 차례 세탁하는 방법으로 관리해 왔다.
특수활동비는 '정보수집 등 기밀한 내용에 써 지출내역을 밝히기 곤란한 경비'를 일컫는 것으로, 관련 영수증도 첨부할 필요가 없고 감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위한 특수활동비로 매년 100억원 안팎을 편성해 오고 있으며, 대통령은 금일봉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빼돌린 자금이 2년 이상 거의 사용되지 않은 채 그대로 계좌에 남아 있었다는 점에 주목, 자금의 정확한 성격을 따져보고 있다. 검찰은 이 자금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거나, 정 전 비서관의 범행에 노 전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 등을 캐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대비해 자금을 조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추가 횡령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또 다른 차명계좌가 존재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아직까지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았다"면서도 "일반적인 횡령과는 성격이 달라 좀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을 박연차(64ㆍ구속)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현금 3억원 및 상품권 1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청와대 공금을 횡령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등손실) 등으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구속이 필요한 정도의 범죄사실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정 전 비서관은 구치소로 향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참으로 죄송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고, 노 전 대통령은 횡령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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