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은 21일 밤 진통 끝에 개성공단에서 이루어진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 개성공단에 부여했던 모든 특혜 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개성공단과 관련된 기존계약에 대한 재협상을 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측은 특히 개성공단의 토지임대차 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토지사용료의 경우 10년의 유예기간을 6년으로 줄여 2010년부터 지급토록 하며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실화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북측의 태도는 사실상 개성공단의 혜택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떠나거나 폐쇄해도 할 수 없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또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를 간첩혐의로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우리측의 접견 요구를 거부했으나 유씨를 당장 기소해 평양으로 압송하겠다는 방침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 억류가 남북합의서 위반임을 지적하며 유 씨의 석방과 인도를 강력히 요구하고 개성공단 출입 및 체류 제한조치의 철회를 촉구했다.
우리측은 또 북한의 긴장조성 행위 중단,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언행 자제를 요구하는 한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북한의 선전포고 주장도 반박하면서 남북 현안 해결을 위한 차기 접촉을 제안했다.
이날 접촉은 이명박 정부 들어 사실상 첫 당국 간 공식 만남이었지만,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만을 통보하고 관철시키겠다는 북한의 무례한 자세 때문에 하루종일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날 오전 9시께 개성공단에 도착한 김영탁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등 남측 대표단은 북한과의 만남을 기다렸으나 오후 늦게까지 제대로 된 접촉이 이뤄지지 못했다. 북측은 7차례의 예비접촉에서 개성공단 내 자신들의 사무실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서 만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우리측의 양보로 오후 8시35분부터 22분 동안 특구총국에서 정식 접촉이 열렸다. 남북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문건을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접촉을 마친 뒤 "당국자 방북을 요청해 놓고 가장 중요한 문제인 우리 근로자 조사 문제에 대한 협의조차 거부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원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당국 접촉 결과에 따라 발표 시점은 조절할 수 있지만 무기한 연기나 보류 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이날 "PSI 전면 참여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완전히 보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북한이 억류된 유씨 문제나 개성공단 운영 등을 놓고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데 우리만 양보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정상원기자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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