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최근 증시 분위기가 좋은데도 국내 주식형펀드는 오히려 빠지고 채권형펀드에 돈이 몰리고있다. 개인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1,300선을 굳건히 지키고있는 코스피지수 추이만 놓고 보면 한 자릿수 수익률에 불과한 채권형보다 주식형펀드에 돈이 들어오는 게 타당한데 거꾸로 행보다.
더구나 주식형은 펀드 비중의 70~80%를 차지하는 재테크의 기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달 들어 17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는 3,350억원이 유출된 반면 채권형펀드는 같은 기간 2조4,360억원이 순유입돼 희비가 엇갈렸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주식시장의 폭락에 따른 후유증"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및 기관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 즉 개인 투자자들은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 주식을 팔고, 기관은 조금이라도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의 환매 현상은 뚜렷해졌다.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 환매해 손실 폭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단기적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이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인이 채권형으로 갈아타는 건 아니다. 채권형펀드 자금유입 현상은 개인이 아닌 은행 등 기관들 덕이다. 김종철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연구원은 "최근 은행권에서 AA급 이상의 회사채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금융위기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해도 주식은 부담스럽고 안전한 채권형이 운용하기 편하다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단기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유입세가 높았던 점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에서 기업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은행권에 자금을 많이 풀었는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MMF에 자금을 묶어뒀다가 이제는 회사채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출 이유, 기관의 우량회사에 대한 투자가 채권형펀드의 자금 유입 원인인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채권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은 한층 더뎌질 전망이다.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채권형펀드는 시기(금리인하)와 가격(채권) 두 가지로 수익을 노린다. 그런데 금리인하 시기는 이미 종료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고, 후자는 투자처가 마땅히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연구원은 "세제지원 혜택이 늘어난 장기 회사채펀드 위주로 기관이나 은행들이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고있지만 채권형펀드가 지난해 이미 저금리와 세제지원 혜택을 톡톡히 누린 만큼 향후 기존 1~6%의 소소한 수익률을 넘어서는 상품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종철 연구원도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형펀드에 투자하는 경우는 극히 미미하다"며 "일부 고액자산가의 경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채권형펀드에 가입하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채권형펀드가 인기가 좋다고 해서 섣불리 들어가지 말라는 얘기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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