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 신규사업 감소 등의 여파로 건설업계 자금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의 대형 건설사 가운데에는 회사 설립 이후 계속됐던 무차입 경영 원칙이 무너지고, 단기차입금 규모가 1년새 최고 10배 이상 늘어나기도 하는 등 금융권 단기 대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회사설립 이후 이어온 무차입 경영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너져, 지난해말 현재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1,352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상사부문 포함)은 단기차입금이 2007년말 638억원에서 지난해말 현재 8,117억원으로 무려 12배 이상 불어났다. 현대산업개발도 1년새 단기차입금이 475억원에서 2,904억원으로 6배로 늘어났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SK건설 등도 단기차입금이 1년 만에 3~4배로 급증했다.
GS건설은 단기차입금이 2007년말 4,013억원에서 200년말 2,600억원으로 대형사 중에는 유일하게 감소했으나, 회사채 발행규모를 10배로 늘리며(2007년말 500억원, 2008년말 5,015억원) 부족한 운영 자금을 조달했다.
금융권 자금 수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상위 10대 건설사(일본계 타이세이건설 제외)의 부채 총액도 2007년말 평균 2조8,508억원에서 지난해말 평균 4조326억원으로 42%가 늘어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금융권 자금 수혈과 부채 규모가 불어난 것은 미분양 증가에 따른 유동성 악화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신규사업 감소와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잇단 표류 등이 주된 원인"이라며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달리는 중견ㆍ중소건설사들의 재무상황과 체감 위기는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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