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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태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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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태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입력
2009.04.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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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싹이 나오고

꽃이 피었어요

나는 부풀고 부풀다가 그냥

태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뛰어내렸어요

태양에서

(생명의 기쁨이요?)

달에 바람을 넣어 띄우고

땅에도 바람을 넣어 그

탄력 위에서 벙글거렸지요

인제 할 일은 하나

아주 꽃 속으로 뛰어드는 일,

그야

거기 들어 있는 태양들을

내던지겠습니다

향기롭게, 붉게, 푸르게

● 정현종 선생님의 장난스러움은 우주의 놀이를 하고 있는 아기별의 장난스러움이다. 선생의 많은 시편들에 등장하는 환한 익살은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별이 아니면 부릴 수 없는 익살이다. 보라, 어떤 시에서 선생님은 '떨어져도 튀는 공'을 노래하지 않았는가. 떨어져도 튀는 것은 이 시에 등장하는 '탄력 위에서 벙글거리는' 존재의 모습.

부풀고 부풀다가 그냥 태양에서 뛰어내린, 아마도 빛인 이 아름다운 존재는 꽃 속으로 들어가서 꽃 안에 이미 들어가 있던 태양들을 내던지겠다고 한다. 향기롭게, 붉게 푸르게.

그 모습, 정말 보고 싶다. 매일 매일 꽃이 환하게 얼굴을 열고 까르륵거리는 봄, 환하게 환하게 태양들을 꽃 바깥으로 내던지는 우주에서 깊이 즐거이 놀다가 우리들이 사는 지구에 들린 아기 '별 아저씨'의 모습을. 신난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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