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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0> 점성술이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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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20> 점성술이 없는 밤

입력
2009.04.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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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이 없는 밤-이장욱

별들은 우리의 오랜 감정 속에서

소모되었다.

점성술이 없는 밤하늘 아래

낡은 연인들은 매일 조금씩 헤어지고

오늘은 처음 보는 별자리들이 떠 있습니다.

직녀자리

전갈자리 그리고

저기 저 먼 하늘에 오징어자리가 보이십니까?

오징어들,

오징어들,

밤하늘의 오징어들,

말하자면 새벽 세 시의 아파트에서

밥 말리를 틀어 놓고

혼자 춤추는 남자

말하자면 지상의 모든 개들이 고개를 들고

우우우 짖는 밤에

말하자면 빈 그네가 쇠줄 끝에서

죽은 아이처럼 흔들리는 밤에

말하자면 별빛 같은 집어등을 향해 나아가는

외로운 오징어들의 밤에

그런 밤에,

별들은 어떻게 소모되는가?

오징어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새벽 세 시의 지구인들과 함께

음악도 없이

점성술도 없이

보이지 않게 이동하는 은하수

● 몹시 외로운 날에는 뼈가 물렁해진다. 나는 출렁이고 흔들리고 깜박인다. 새벽 세 시의 아파트에서 밥 말리를 틀어놓고 혼자 춤추는 남자도 나처럼 몹시 외로운 지구인일 것이다. 그의 춤은 오징어처럼 척추 없이 아아아 흐느낀다. 외로운 지구인들이 고개를 들고 우우우 짖을 때, 지구인들의 오랜 감정 속에서 별들은 어떻게 소모되는가. 오징어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연인들은 어디, 어디에 떨어져 있는가.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이장욱 1968년 생.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등.

2009 세계천문의해 한국조직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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