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복, 여자가 입어야 팔린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신사복업계가 여성 톱스타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대표 황백)은 최근 남성정장 브랜드 '로가디스' 여름 컬렉션에 글래머 스타 한채영씨를 기용, 화보 촬영을 끝냈다. 5월부터 선보일 이 광고에서 한씨는 남성용 정장 재킷 한 장만 걸친 채 시원하게 뻗은 각선미를 자랑한다.
LG패션(대표 구본걸)은 한발 앞서 신사복 브랜드 '마에스트로' 광고모델로 탤런트 한지민씨를 기용했다고 발표했다. 한씨는 최근 인기 상종가인 드라마 <카인과 아벨> 의 주인공. '젤라또 라인'으로 불리는 여름 신상품 광고에서 한씨 역시 푸른 줄무늬의 남성 셔츠만 입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카인과>
신사복 업계의 맞수가 앞 다퉈 여성을 광고모델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종의 학습효과 탓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제일모직은 쿨비즈가 화두였던 지난해 여름 로가디스 광고모델로 탤런트 채정안씨를 기용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산호색 여름 재킷을 걸친 섹시한 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채정안 재킷'으로 명명된 제품들은 판매율 97%를 넘어서며 거의 매진됐다. 일반적으로 남성용 재킷의 판매율은 70% 안팎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여성이 맨 몸에 남성의 커다란 셔츠나 재킷을 두른 듯한 모습은 모든 남성의 로망이라는 점에서 광고 효과가 극대화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최아미 마에스트로 사업부장은 "(여성 모델 기용은) 여름 제품에 시원한 이미지를 더하는 데다 연인에게 사랑받고 싶은 남성들의 기대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델료 대비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연간 계약이 아닌 시즌 단발성 광고 계약이라 모델료가 억단위 이하여서 인풋 대비 아웃풋이 훌륭한 데다, 아직도 신사복의 실 구매자는 여성이라는 점도 감안됐다"고 전했다.
신사복 업계의 라이벌이다 보니 원조 논쟁도 나온다. 제일모직은 "신사복에 여성모델이라는 전략 아래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며 "LG패션이 한발 앞서 발표한 것은 우리를 따라 한 행위"라며 다소 불쾌하다는 반응. 반면 LG패션은 "원조로 치자면 마에스트로는 이미 1997년 슈퍼모델 신디 크로포드를 기용해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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