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전 11시30분쯤 대구 신암초등학교. '발가락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뇌성마비 시인 이흥렬(54)씨가 발가락으로 글씨를 써내려가는 것을 교실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지켜보던 전교생 1,000여명은 탄성을 내질렀다.
"첫 돌이 되기 전에 할아버지 등에서 떨어져 뇌성마비를 앓아 서른 살까지 바깥 나들이를 하지 못했지만 일기와 시를 쓰면서 고통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 시인은 이날 신암초 전교어린이회장인 배민석(12ㆍ6년)군과 대담 형식으로 30여분간 장애를 앓게 된 과정과 시련, 극복기 등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라면 하나 사 먹을 돈이 없어 밤새 울기도 했고 걸레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방에서 지내기도 했다"는 그는 "힘들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면 어른이 됐을 때 남보다 훨씬 앞질러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 바둑기사가 꿈이었지만 "발가락으로 바둑 둬서 기분 나쁘다"는 동네 아저씨의 말에 충격을 받고 그 느낌을 글로 남긴 것이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은 이 시인의 강연이 끝나자 모두 제 자리에서 양말을 벗고 발가락에 연필을 끼워 자신의 이름을 공책 위에 적어보는 체험을 하기도 했다.
6학년5반 이제찬(12)군은 "뇌성마비를 앓으면서 일반인보다 더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존경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발가락으로 쓴 시 300여편을 묶어 <앉은뱅이 꽃> 이란 시집을 출간했고 16년째 장애인문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영남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다. 앉은뱅이>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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