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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게이트/ 나랏돈까지 손댄 '盧의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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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게이트/ 나랏돈까지 손댄 '盧의 집사'

입력
2009.04.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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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9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긴급체포한 뒤 '수사는 살아있는 생물(生物)과 같다'는 진부한 말을 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하루 만에 드디어 확인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공금 10여 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뜻밖의 적발

정 전 비서관의 횡령 혐의가 포착된 것은 17일께.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받은 3억원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허위라는 확신을 갖고 정 전 비서관 주변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이 지인 2~3명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관리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18일 정 전 비서관을 소환해 추궁했다. 물증과 운전기사 등의 진술로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된 정 전 비서관은 3억원을 권 여사에게 전하지 않고 자신이 받았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그런데 차명계좌에는 박 회장에게서 받은 3억원 외에 10여 억원의 괴자금이 추가로 들어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이 돈이 청와대 예산을 빼돌린 것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횡령 수법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700억원 규모의 청와대 예산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자리다. 청와대 비서실의 인사관리, 재무ㆍ행정 업무, 국유재산과 시설 관리, 경내 행사 등을 담당한다. 청와대 살림을 총괄하는 안방마님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실 직원들을 소환 조사하고 계좌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횡령 수법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정 전 비서관이 시설관리나 행사자금 등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인 계좌로 입금되기 전 양도성예금증서(CD)로 전환됐다가 다시 현금화 되는 등 자금세탁 과정도 거쳤다.

계좌도 새로 개설됐다가 폐쇄되고 다시 개설되기를 수 차례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죄(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횡령은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비서관은 최도술씨에 이어 2003년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된 뒤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검찰은 "뭉텅이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차명계좌로 입금됐다"고 밝혔다.

다른 범죄는 없나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돈과 청와대 횡령 자금 외에 다른 곳에서 받은 돈도 차명계좌에 함께 보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여러 차례 돈 세탁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정 전 비서관이 입을 닫으면 충분히 출처를 감출 수 있는 상황이다. 죄가 추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청탁 자금으로 받은 부분까지 뭉뚱그려 청와대 자금으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이 검찰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바꾸면서 향후 수사는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에게서 1억원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이번에 진술을 바꿔 그 부분까지 시인했다. 정황증거나 진술이 확보된 사안에 대해서는 더 이상 버티지 않고 순순히 시인하는 쪽으로 태도가 변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자금 일부를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계좌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자금이 세탁된 과정 등을 역으로 추적해 모든 자금의 출처를 낱낱이 밝힌다는 방침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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