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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동등한 파트너십" 남미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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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동등한 파트너십" 남미 끌어안기

입력
2009.04.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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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정상들이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오랜만에 웃음꽃을 터뜨렸다. 17일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남미의 대표적 반미국가 정상들은 덕담을 주고받았다.

조지 W 부시 정권 때는 서로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았던 이들은 상대방 언어로 인사를 나누고 어깨와 등을 어루만지며 마치 오랜 친구들이 재회한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 이후 '달라진 세상'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쿠바가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단절된 직후인 1962년 OAS에서 축출된 이후 회원 자격이 없어 참석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화해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개막연설에서 "더 중요한 파트너도, 덜 중요한 파트너도 없으며 남미와 동등한 파트너십을 추구하겠다"면서 "상호 존중에 기초하는 관계를 맺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의 연설에 앞서 좌파 지도자인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1961년 피그만 침공이 일어났을 때 오바마는 태어난 지 3개월 보름 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그는 그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카스트로 의장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피그만 침공은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 수립을 선언하자 쿠바의 반혁명군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아 쿠바를 공격한 사건이다.

오바마가 오르테가에게 "피그만 공격에 대해 나를 비난하지 않아 고맙다"고 하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오바마는 이어 "미국의 정책이 다른 나라에 간섭이 돼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카스트로가 전날 "동등한 조건의 대화라면 인권 등 모든 것에 대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한 것에 "환영할 만한 하다"고 응수했다.

다음은 차베스 대통령이었다. 지난해 미국과 대사 관계를 끊는 등 반미 독설가로 악명 높던 차베스는 이날 180도 돌변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세 차례 악수를 나누며 "친구가 되고 싶다"고 영어로 인사했다. 그러면서 불쑥 책 한번을 오바마에게 건넸다. 우루과이의 좌익 언론인이자 작가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69)가 쓴 '노출된 혈관들(Las Venas Abiertas de America Latina)'이라는, 식민지배와 제국주의 수탈을 다룬 좌파의 대표적 이념서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차베스에 화답한 뒤 "차베스가 쓴 책인 줄 알았다"며 "나도 내 책을 하나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참모진은 "'노출된 혈관들'이 스페인어로 쓰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스페인어를 모르기 때문에 그 책을 읽을 지는 잘 모르겠다"며 "아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촌평했다. 이 덕에 이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CNN방송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전날까지 판매순위가 6만280등이었던 이 책이 하루 만에 14등으로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18일 로이 차데르톤 전 외무장관을 차기 주미 대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차베스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이 양국 간 대사 파견 문제를 논의했다"며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다시 대사를 파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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