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7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리랑카 내전이 조만간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BBC방송 등은 20일 스리랑카 북부 타밀 반군(LTTE)이 통제하고 있던 민간인 2만 5,000여명이 군과 정부간 교전지역에서 탈출했다고 전했다.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도 교전지역에서 탈출하는 민간인 행렬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최소 3만5,000여명이 교전지역에서 벗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날 탈출한 민간인들은 스리랑카 정부군의 강한 공세에 밀려온 타밀 반군이 정부군 공세를 막기 위해 관리해온 사실상의 '인간 방패'같은 존재였다.
7만~1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막바지로 접어든 스리랑카 내전의 최대 변수였다. 올해 1월 정부군은 반군 수도인 킬리노치치에, 최후 군사거점 도시인 물라이티부까지 손에 넣으며 승승 장구했지만 교전지역 민간인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우려 등을 의식, 공세의 고삐를 늦춰야만 했다. 이후에도 정부군의 산발적인 공세가 멈추지 않았지만 반군은 민간인들 덕분에 석 달 가까이 저항을 계속할 수 있었다.
민간인들의 교전지역 탈출은 1,000여명 선으로 줄어든 반군이 얼마 남지 않은 점령지역에서 통제권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이날 탈출은 민간인들이 LTTE에 저항하며 안전을 위해 벗어나고 있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며 "반군의 완전한 패배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람부크웰라 스리랑카 국방부 대변인은 "(반군 지도자)벨루필라이 프라바카란을 비롯한 테러리스트들은 오늘(20일) 정오부터 24시간 안에 정부군에 투항하라"며 최후의 통첩을 보냈다.
정부군의 최후 공세를 가로 막았던 민간인들이 대거 탈출하기 시작한 이상 반군 잔당들이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스리랑카 내전은 1983년 타밀족(310만명)이 다수민족인 싱할리족의 차별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개시하면서 발발해 7만 명이 넘는 군인과 민간인을 숨지게 했다. 아시아 최장 내전으로 기록되는 스리랑카 내전은 2002년 노르웨이의 중재로 잠시 휴전에 들어갔지만 2005년 이후 무장충돌이 재발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