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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실업 대책/ "제발 책상머리 떠나봐… 얼마나 한심한 정책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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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실업 대책/ "제발 책상머리 떠나봐… 얼마나 한심한 정책인지"

입력
2009.04.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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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업원 5명의 벤처기업 사장인 A(42)씨는 정부를 믿고 지난해 직원 2명을 채용한 걸 후회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월 1인당 45만원씩 나오던 '신규고용 장려금'이 올들어 갑자기 끊겼기 때문이다. "영문을 몰라 알아봤더니, 규정이 바뀌어 올해부터는 6개월 단위로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는 "한푼이 아쉬운데 6개월이나 돈을 묶는 경우가 어딨냐"며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업무를 줄이려고 규정을 바꾼 것 같아 더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2. 대전에 거주하는 일용직 근로자 B(48)씨는 지난달 서울 공사 현장에서 일당 1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대전노동청에 문의했더니 업체 사무실이 있는 '서울노동청으로 가라'고 퇴짜를 맞았다. B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에게 서울 왕복은 큰 부담"이라며 "왜 관할 구역을 따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2조8,483억원의 긴급 추경까지 편성해 총 7조3,752억원을 일자리 창출에 투입키로 했으나 현장에서는 동떨어진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일보 기획팀이 일선 고용지원센터와 정부 민원창구 등을 점검한 결과, '근로 소외계층 생계지원→교육 훈련→구직ㆍ구인정보 제공→ 취업지원' 등 일자리 행정 전반에서 일선 공무원들의 고압적 행태와 행정 편의주의로 인해 구직자와 관련 기업 모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수요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 정책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색만 내는 근로 소외계층 지원

일자리 정책은 실업 및 장애로 생계 유지가 힘든 계층에 대한 지원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B씨의 경우처럼 일선 행정은 소외계층의 현실적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야박하기만 하다.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된 C(42)씨는 생계용 자동차 구입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서 1,000만원을 대출 받았는데, 실제 입금된 건 943만원이었다. 전화로 따졌더니, '10년 대출에 따른 보증보험료 57만원을 공제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C씨는 "1년 단위로 공제해 당장 40만~50만원을 더 쥐었더라면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상의도 없이 결정했다"고 아쉬워했다.

4인 가정의 가장으로 최근 실직한 신모(45)씨도 "실업급여가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모자라 힘들게 살고 있다"며 "부양가족 여부를 파악해 실업급여를 차등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직된 교육훈련 지원

구직자 근로능력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사업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복잡한 접수 절차이다. 박모(28)씨는 ▦훈련기관 방문(구직상담표 작성) ▦주민자치센터 방문(훈련 신청) ▦관할 지자체 지역생활과 선발 등 3단계 과정을 거친 뒤 지역실업자 훈련에 참가할 수 있었다. 박씨는 "훈련기관이나 관할지자체가 직접 선발할 수 있는데도 왜 일주일 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2년째 훈련기관을 운영하는 최모(47)씨는 공무원들의 단속위주 지도점검이 불만이다. 그는 "수업 종료에 맞춰 점검을 할 수 있는데도, 언제나 불시에 찾아와 수업을 중단시키고 인원 점검을 하는 바람에 교육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가중되는 기업부담

주먹구구식 정책변경으로 기업이 엉뚱한 손해를 보는 경우는 A씨 말고도 또 있는데, 중소기업 사장 D(54)씨가 그렇다. 정부는 최근 규모에 관계없이 ±50%이던 산재보험료율 할증ㆍ할인 비율을 변경해 중소기업(종업원 30~150명)은 ±30%로 조정했다. 중소기업은 사고가 많은 만큼 할증료를 깎아준다는 취지였으나, D씨 회사처럼 무사고 기업은 할인율이 20%포인트나 줄어 2,190만원이던 보험료가 3,072만원이 된 것이다. 그는 "도대체 이게 뭐 하는 행정이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신규고용촉진장려금 대상을 오히려 축소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에는 민간 구직 사이트를 통해 채용해도 장려금을 지급했으나, 2007년 10월부터 정부가 만든 고용지원센터가 알선한 경우만 인정하는 바람에 신규인원 채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규정만 탓하는 공무원

사정이 이런데도 일선 창구에서는 '규정 탓'만 되풀이 하고 있다. A씨는 "아무리 하소연해도 담당자는 규정이 바뀌려면 8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본보가 제기된 민원에 대한 시정계획을 물었으나, '사정이 딱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책임회피성 해명이 대부분이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문제가 된 민원들은 공무원이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 관료주의 장벽 때문에 고쳐지지 않는다"며 "정부는 막대한 예산 집행에 앞서 현장의 동맥경화 현상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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