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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19> CNMG(Cubes National Mars Graphics)에서 보내온 열두 번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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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19> CNMG(Cubes National Mars Graphics)에서 보내온 열두 번째 메시지

입력
2009.04.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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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ace-9-10-1 "달빛과 별빛은 우리에게"

CNMG(Cubes National Mars Graphics)에서 보내온 열두 번째 메시지

- Peace-9-10-1“달빛과 별빛은 우리에게”

유형진

지구의 하버마스에게 영향을 받은 거북이 살고 있는 수조(水槽)가 있어요.

수조는 태양계산(産) 시가렛을 좋아합니다.

사실 시가렛보단 파이프, 파이프보단 엽궐련인데 말이죠.

(중략)

벌써 N1태양이 지고 N2태양이 떠오를 시간입니다.

CNMG에서 이제 달은 별과 다를 바가 없어졌습니다.

‘별빛’ ‘달빛’은 각자의 태양이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을 만들 때

일시적으로 보이는 하늘의 현상일 뿐이니까요.

점점 늘어나는 위성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잘된 일이지요.

달의 인력이 없어지니 CNMG에는 파도가 없습니다.

파도가 없으니 구름도 없지요. 오로지 수평선만 있을 뿐입니다.

유성 조각과 혹성 분말을 수조에 넣어 주는 손은 반복적이고

CNMG 거북의 세상은 이토록 평화롭습니다.

*시 전문은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와 세계 천문의 해 사이트(http://astronomy2009.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별에서 가장 똑똑한 생명체인 나 현자 거북은 오늘도 해변을 산책한다. 액체를 동요시킬 그 어떤 인력도 없어서, 바다는 늘 거울과 같이 멈추어있다. 간혹 물결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수중의 신방(新房)에 거북 한 쌍이 들어갔다는 뜻이겠지(크크…). 하늘에선 두개의 태양이 임무교대 중이구나. 이 평온한 행복에 겨워, 나는 가끔 있을 법하지 않은 불행한 별을 상상해본다. 바다를 동요시키는 인력을 지닌 위협적인 위성을 가까이 두고 있는 그 별엔, 태양도 하나밖에 없지. 화난 물결이 동요하며 바람이 생기고, 하늘로 빨려 올라간 수증기는 탁한 솜덩어리처럼 뭉쳐 떠다니겠지? 그러다 무거워지면 커다란 물방울이 되어 대지를 향해 송곳처럼 떨어질 거야. 오, 생각만 해도 무서워. 그래도 누군가 우주 건너 그 별에 살고 있다면 꼭 만나고 싶어. 온 우주는 이렇게 별 단위의 고독에 빠져 외로워하지.

서동욱(시인·서강대 철학과 교수)

ㆍ유형진 1974년 생. 200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피터래빗 저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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