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서울 을지로2가 기업은행 본점에서는 1층 로비 리모델링 준공식이 열렸다. 4개월여간의 공사 끝에 선보인 로비는 중소기업 고객을 위한 개방형 지점을 표방한 것으로, 커피 라운지와 전시 공간, 대형 모니터를 갖춘 영업ㆍ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영업장과 쉼터가 한데 어우러진 IBK월드 영업점을 비롯해 문화공간인 아미고 라운지,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과 국내 중소기업 우수제품 상설전시장까지 마련했다. 특히 음이온 발생장치와 자연 조명을 갖춘 '에코 헬스웨이(Eco Health way)'를 설치, 미래 영업점의 전형을 선보였다.
기업은행은 이렇게 새로 태어난 1층 로비를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 기업인들에 다가가기 위한 열린 공간이자, 녹색성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위기의 중소기업에 구원투수 역할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구제를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이 줄줄이 도산한 것과 달리 이번 위기는 자금력이 모자라는 중소기업들에게 충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윤용로 행장은 위기가 터지자 "비오는 날 우산을 뺏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중소기업 대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조달 자금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기업은행은 지난해에 중소기업 대출을 전년보다 10조원이나 늘리며 대출잔액 78조5,000억원을 기록, 중소기업 1등 도우미 역할을 충실해 해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올해도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살리기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 신규대출 증가액을 12조원을 늘린 기업은행은 지난 3월말까지 중소기업에게 4조원의 신규 자금을 해주며 시중은행 중 가장 적극적으로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보증부 대출의 경우 올해 말까지 총 4조원 한도 내에서 기업의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금리를 최대 1.0%포인트나 내렸다. 또 중소기업 대부분이 어음으로 연명하는 현실을 감안, 어음 할인요율도 1.0%포인트 낮췄다. 금리인하 혜택을 보는 중소기업만 5만여개가 넘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의 이익보다는 우수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막는 것이 더 다급한 상황"이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녹색 성장의 도우미로 변신
본연의 임무인 중소기업 지원 뿐 아니라 미래성장 동력인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에도 본격 나섰다. 최근 기업은행은 저탄소 녹색실천운동을 전개하고 녹색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전담조직인 '녹색성장 지원 전담팀'을 설치했다. 녹색성장 분야 중소기업의 경영실태를 파악해 대응전략과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녹색경영과 녹색금융 지원 관련 신상품개발, 컨설팅 등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를 꾸린 것이다.
은행의 전 부서와 지점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실적에 대해 마일리지 방식으로 보상하는 '에너지 마일리지제' 시행, LED 조명 도입, 자원절약(Paperless)을 위한 전자결재 활성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행은 에너지비용과 소모품비를 지난 해 대비 10%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녹색산업과 연계된 지원사업도 펼친다. 기업은행은 녹색산업에 올해 1조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관련 상품인 '녹색성장기업대출'을 이달 출시했다. 대상은 태양, 풍력 등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산업과 하이브리드카 등 온실가스배출을 최소화하는 녹색기술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환경마크인증기업과 환경친화기업등 공공기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담보가 부족한 녹색성장 기업에 대해서는 보증료도 0.2%포인트 이상 우대하고, 신속한 대출을 위해 영업점장 전결로 처리키로 했다. 또 예금상품도 개발해 이익금의 일부(1억원)을 녹색성장 관련 사업에 기부키로 했다.
녹색 성장을 위한 현장 경영도 강화한다. 상반기 중에는 녹색성장기업을 위해 맞춤형 '녹색경영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녹색성장관련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하는 '타운미팅'을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할 생각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환경문제가 기업생존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변화방향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소기업이 국가발전의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책은행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자원봉사 동호회 50여개
기업은행은 한해 매년 당기순이익의 1%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고 실천할 만큼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은 자금은 139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7,670억원으로 전년(1조1,679억원)에 비해 4,000억원 이상이나 줄었지만 후원 실적은 전년보다 오히려 19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환경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금융권 최고 점수를 줄 정도였다.
기부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다. 기업은행은 희망하는 직원이 월급의 0.2%를 갹출하고 같은 금액을 회사에서 지원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으로'기은사랑나눔기금 모금운동'을 전개해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직원만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자원 봉사 동호회만 50여개에 달한다. 은행은 교통비와 식대 일부만 지원할 뿐인데도 직원들의 참여는 매년 꾸준하게 늘고있다.
은행 전국 영업점을 통해 실시하는'지구촌 빈곤가정 아동 성공날개 달아주기'캠페인도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캠페인은 전세계 빈곤국가 어린이와 전국 영업점이 1대1로 매칭해 돕는 것으로 명예직원인 탤런트 차인표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큐멘터리'3만5,000원의 기적'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봉사활동 우수직원을 뽑아 후원 아동의 국가를 방문하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주고객인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복지제도가 취약한 중소기업 근로자의 자녀에게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는 치료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50여명의 중소기업 가족들에게 7억5,000만원 이상을 지원했다. 올해는 외국인 근로자 자녀 4명에게도 장학금을 후원, 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기반을 다지는데 기여하는 등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도 특판금액의 0.1%를 태안피해 지역주민 생계비 등으로 후원하는'IBK차인표 사랑나눔예금', 1달러당 1원을 지진 피해복구 성금으로 후원하는 '중국지진 피해복구 환전행사','독도는 우리땅' 통장 같은 기부형 금융상품을 개발해 고객들과 함께 나눔 운동을 실천해 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재원을 줄이지 않을 방침"이라며 "은행 고객들도 동참할 수 있는 사회공헌 상품을 만들어 봉사활동 영역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