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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실업 대책/ 워크넷 클릭했더니 '사기업체'

입력
2009.04.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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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만 내는 정책보다는 취업정보 제공부터 제대로 하라고 하세요."

지난 2월부터 실업급여를 받으며 구직활동을 해온 김모(55)씨는 볼멘소리부터 했다. 그는 얼마전 워크넷(노동부 취업포탈사이트)의 화물차 운전자 구인정보를 보고 해당 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정작 업체측은 2,000만원을 내고 차량을 인수해야 한다는 엉뚱한 조건을 제시했다. 김씨는 "엉터리 구인정보를 보고 공연히 헛걸음만 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관리 소홀로 '구직ㆍ구인정보 제공' 사업의 핵심인 워크넷(www.work.go.kr)이 함량 미달 정보로 넘쳐 나고 있다. 민원인들에 따르면 워크넷에 올라온 구직정보 가운데 화물차 운전기사ㆍ영업직 관련 정보의 10% 가량은 취업사기 가능성이 농후한 것들이다. 김씨처럼 업체를 방문해 사기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구직자들이 신고할 때까지 해당 업체에 대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당국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허위광고를 올린 업체를 신고하면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으나, 민원인들은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사기 피해를 당한 뒤 20만원 포상금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실제 신고가 이뤄져도 허위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인정보에 대한 사전 심사 강화가 근본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와 인력부족을 핑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인정보 심사 강화와 관련, 워크넷 운영을 책임지는 한국고용정보원은 "각 지역의 고용지원센터에서 보내준 정보가 틀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반면, 고용지원센터측은 "구인정보를 관리하는 건 한국고용정보원의 책임"이라고 맞서고 있다. 관련 기관간 입씨름이 계속되는 동안 잘못된 정보의 피해는 고스란히 구직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1,400명인 인력을 3,400명 가량으로 늘리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연령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고령 구직자들이 또 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 이모(60)씨는 "구직정보를 토대로 이력서를 만든 뒤 해당 기업과 접촉하면 '나이가 많아 곤란하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며 "어차피 고령자를 뽑지 않을 거라면 예전처럼 지원 가능연령을 표시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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