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좀 나눠 씁시다.'
최근 LG전자에서 내놓은 소형 노트북컴퓨터(넷북)은 이 회사의 휴대폰과 이름이 똑같은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 넷북은 반투명 소재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색상이 특징. 이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초와 지난해 말에 각각 '아이스크림 1'과 '아이스크림 2' 휴대폰을 내놓았다. 두 제품 모두 반투명 우윳빛 케이스에 전화나 문자가 오면 가지각색의 조명이 반짝거려 청소년과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가 넷북에 휴대폰과 똑같은 이름을 붙인 이유는 잘 나가는 제품의 '이름 덕'을 보기 위해서다. 실제로 아이스크림폰은 LG텔레콤에만 공급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기준 총 45만대가 팔렸다. LG전자 관계자는 "인기 휴대폰과 이름을 같이 사용하면 매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넷북에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엔 이처럼 서로 다른 제품이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네임 쉐어링(Name-Sharingㆍ이름 나눠 쓰기)'이 새로운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성격이 다른 제품에 같은 이름을 붙이는 네임 쉐어링의 특징은 히트 제품의 이름을 후속 제품이 따라 간다는 점. 그 이면에는 불황인 만큼 인기제품의 이름을 함께 사용해 다른 제품의 판매를 늘려보려는 의도도 들어 있다.
다음달 대우일렉이 내놓을 예정인 고급형 전자오븐도 이 업체의 인기 상품인 드럼세탁기와 같이 '클라쎄'란 제품 브랜드을 사용한다. 2005년 나온 '클라쎄 드럼업' 세탁기는 세탁통을 살짝 들어올려 허리를 덜 굽히고 세탁물을 꺼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대우일렉의 국내 세탁기 시장 점유율을 과거 10%에서 현재 22%로 끌어올린 공신이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5월 출시 예정인 '클라쎄' 전자오븐은 독특한 아이디어의 세탁기처럼 공개할 수 없지만 독자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개성 있는 주방 가전"이라며 "전자오븐도 클라쎄 세탁기의 영광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PC용 LCD모니터와 디지털 액자에 '터치 오브 컬러(TOC)'라는 이름을 공유하고 있다. 입지가 탄탄한 PC용 LCD 모니터와 같은 이름을 씀으로써, 새로운 분야인 디지털 액자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휴대폰과 냉장고, TV와 안방극장(홈시어터) 시스템 등에 네이밍 쉐어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업체는 고급형 휴대폰 '샤인폰'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자 지난해 하반기 에 내놓은 고급형 냉장고에 같은 이름을 붙였다. 이 업체에 따르면 '디오스 샤인'으로 명명된 이 냉장고는 200만원이 넘는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이미지에 힘입어 2, 3월에 각 2,000대가 넘게 팔렸다. 이 업체의 '스칼렛' LCD TV와 '스칼렛' 홈시어터 시스템도 같은 경우다.
그러나 네이밍 쉐어링이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제품에 남발하다보면 식상함을 줄 수 있고, 여러 제품이 한꺼번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후속 제품이 시장에서 실패하면 거꾸로 기존 인기 제품마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도 있어서 네임 쉐어링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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