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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의 캔버스] 국립현대미술관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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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의 캔버스] 국립현대미술관 왜 이러나

입력
2009.04.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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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설 서울 소격동 기무사터에서 열릴 첫 전시로 미술장터인 아트페어 개최가 결정된 것이다.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7월 29일부터 8월 23일까지 이곳에서 아시아프(ASYAAF, 아시아 대학생ㆍ청년작가 미술축제)가 열린다고 밝혔다. 배 관장은 취임 초 "서울관의 설계 등이 이뤄지는 준비기간을 활용해 비어있는 공간에서 새로운 미술관 탄생을 예고하는 상징적 전시를 열겠다"고 공언했었다.

그 상징적 전시라는 것이 아시아프였다는 말인가? 올해 두번째 열리는 아시아프는 아시아 지역 대학생ㆍ대학원생들의 작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아트페어이다. 지난해 첫 개최 당시 미술시장의 호황에 편승,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학생들의 작품까지 시장에 내놓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국립미술관이, 그것도 미술인들의 오랜 염원 끝에 얻어낸 소중한 공간에서, 관객들과 첫번째로 만나는 행사로 이 아트페어를 열겠다는 것이다. 국립미술관에 대한 인식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준비 시간이 촉박했다거나, 예산이 없었다거나 하는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 그저 미술관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이 소식을 들은 한 미술계 인사는 "국가가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장사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몰상식을 넘어 미친 짓"이라며 "요즘 미술시장에서 아트페어가 뜬다고 하니까 뭐 대단한 건 줄 아는 모양"이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배 관장은 "기무사 터가 아직은 가공간이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방향성을 암시하는 전시라 젊은 작가들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착각하고 있다. 아시아프 참가자는 정확하게 말하면 작가가 아닌 학생이고, 전시가 아니라 장사일 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방향성이 고작 아마추어들의 작품 판매라는 말인가.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온 배 관장의 대답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주최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에 이미 얘기가 끝난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못마땅하시면 촛불시위를 하면 되겠네요. 그러면 미술관이 유명해질 거잖아요. 제가 바라는 건 이곳이 유명 명소가 되는 거니까 촛불시위로 유명세 타는 것도… 하하."

CEO에 장관 출신이라며, 스스로 시대에 맞는 국립미술관장을 자처하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이 위험한 발언에 할 말을 잃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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