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 그쪽으로 난 창문의 커튼을 열어젖히자 멀리 바다를 막아선 바닷가 마을의 불빛이 커튼 뒤에 감춰졌던 액자의 풍경처럼 눈에 들어왔다.'(소설 '그대 정동진에 가면'에서)
자신의 고향인 강릉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과 전통문화를 소재로 메마른 도시인들을 위로하는 소설을 써온 작가 이순원(52)씨. 가령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내려오는 도중에 있는 한 약수터 부근은 이씨가 그곳을 무대로 쓴 소설 제목을 빌려와 요즘은 아예 '은비령'으로 이름이 굳어졌다.
이씨가 강릉 여행 안내서 <강릉에 가고 싶다> (포럼 발행)를 냈다. 강릉 여행을 떠난 이씨 가족이 강릉에 대해 묻고 답하는 형식의 구성이다.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대관령 풍력발전단지, 강릉 바다열차, 정동진, 경포대, 오죽헌, 선교장, 대관령 옛길 등 강릉 일대의 문화와 관광명소를 소개한다. 강릉에>
대관령을 넘어 강릉에 부임하던 지방관이 "이곳을 넘으면 언제 서울로 가나" 한탄하고, 임기를 다 마치고는 강릉에서 맺은 정을 잊지 못해 울었다는 대관령의 원울이재에 얽힌 이야기, 강릉 일대 최고의 미(美)로 꼽히는 굴산사 당간지주 이야기 등 그 지역에 얽힌 속깊은 사연들을 이씨 특유의 담담하고도 정감 어린 어조로 들려준다.
책 곳곳에는 이씨의 각별한 고향 사랑의 마음이 묻어난다. 그는 아들에게 '동대문 밖 강릉'이라는 속담을 소개한다. 그 속담의 의미가 '동대문 바깥으로 나와서는 강릉이 가장 살기 좋다'는 뜻이라고 풀이한 뒤, 지금도 도시인들이 가장 여름휴가를 가고 싶어하는 곳이 강원도라는 점에서 이 속담의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씨는 "강릉은 멀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린 동해와 푸른 대관령이 앞과 뒤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천혜의 요람이며 우리 국토의 가장 바른 동쪽에서 매일 아침 이 땅의 첫 빛을 받는 곳"이라며 "이 책이 강릉을 찾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떠나기 전 한 번 쓱 ?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여행이 더욱 힘겹고 의미 있어지는 유쾌한 길동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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