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는 기정 사실이 됐다. 소환 날짜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까.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까.
검찰은 이에 대해 아직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사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 공식 답변이다.
그 가능성을 따져보자. 우선 노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만 놓고 보면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충족한다. 검찰이 혐의를 두고 있는 뇌물 액수는 2007년 6월 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받은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 역시 박 회장한테서 연철호ㆍ노건호씨가 받은 500만 달러, 총 600만 달러다.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60억원 가량이다.
검찰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되 보통 뇌물 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1억원 이상을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할 것이며, 다만 거듭해서 돈을 받았다거나 하는 등 죄질이 나쁠 때는 금액이 적어도 영장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청구의 사유가 되는 증거인멸 가능성을 보더라도 노 전 대통령은 불리하다. 정 전 비서관은 당초 검찰에서 박 회장에게서 받은 3억원을 개인적으로 챙겼다고 실토했으나, 노 전 대통령측이 보낸 변호사와 면담한 뒤 3억원을 권 여사에게 줬다고 진술을 바꿨다.
그러나 검찰의 추가 조사로 3억원이 권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고, 정 전 비서관이 관리한 제3자 명의의 계좌로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측이 거짓 해명을 하고, 정 전 비서관의 거짓 진술을 유도한 셈이다. 검찰은 "100만 달러는 남편 몰래 내가 받았다"는 권 여사의 진술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노 전 대통령측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일반 피의자라면 구속영장 청구가 거의 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는 국가 위신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단순히 법리적인 문제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최종적으로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현 정부가 얻을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불구속을 예상하는 이들의 논리이다. 김영삼 정부 때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적이 있다. 하지만, 군사정권에 대한 단죄와 부패 청산이라는 정치적 명분이 앞섰던 당시와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는 점도 검찰로선 부담이다. 노 전 대통령이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 수수에 대해 여전히 "나는 몰랐다", "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원은 검찰의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증거인멸 가능성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로선 영장이 기각될 경우 입게 될 타격을 고려해야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법대로 해야 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자식 돈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 한마디만 했어도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가) 쉬웠을 거다"며 고심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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