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올 들어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집값 오름세는 '버블 세븐' 지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기업 실적과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는 자산가치 상승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수출과 고용 등 실물경제에는 찬 바람이 여전하다. 결국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유동성의 힘인 셈인데, 일각에서 다시 '버블' 경고음을 울리는 이유를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겠다.
최근의 심상찮은 집값 행로의 최대 변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여부다. 야당이 '부자감세'라며 강력 반대하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조차 찬반 양론이 분분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런데 청와대가 지난 주말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을 설득하겠다"고 끼어 들어, 이번 주 당정이 다시 의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양도세 완화 방안을 소급 적용 중이어서, 없던 일로 할 경우의 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중 부동자금이 자산시장에 과도한 기대감을 키우는 상황에서 투기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양도세 중과 폐지는 부동산 거품을 다시 키우는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번 주 경제지표 중에는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하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주목된다. 작년 4분기 –5.1%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개선됐을 지가 관전 포인트.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와 수출 급감세가 지속되고 있어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경기가 바닥을 쳤는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시점인 만큼, 전분기 대비 개선 정도에 따라 경기 바닥론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앞서 2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전망치를 다시 수정한다. –0.5~-1.0%인 기존 전망을 다시 하향 수정할 게 확실시된다.
세계 경제에 회복 시그널을 보내는 키는 역시 미국이 쥐고 있다. 지난달 경기회복 기대감을 지폈던 미국의 주택매매 동향이 이번 주 23일(기존주택 판매), 24일(신규주택 판매) 발표된다. 또 IBM을 비롯해 보잉, 맥도날드, 머크(제약사) 등 업종별 대표 기업들이 일제히 실적을 내놓는다. 미국의 주택시장 및 제조업 경기가 과연 바닥을 쳤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