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공론화 작업에 나선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권력구조 변경 및 기본권 분야 외에 행정구역 개편과 지방자치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있다.
헌법자문위는 몇 차례의 토론을 거친 뒤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헌법에 직접 규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자문위는 권력구조 개편에 따른 분권과 지방자치의 깊은 연관성을 감안, 어떤 방식의 행정구역 개편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현재 단일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지방행정 전문가인 이창기 대전대 교수 등은 구체적 행정구역 개편 방안을 다듬고 있다. 자문위 관계자는 "만일 개헌을 통해 분권형 정부제를 채택할 경우에는 지방자치를 더 활성화하고 양원제 국회를 채택하는 방향으로 행정구역을 대폭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 등은 전국을 수도권, 영남권, 호남ㆍ충청권 등 3개의 초광역 자치주로 개편해 연방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북통일까지 염두에 둘 경우 북한을 2개의 초광역 자치주로 개편하면 한반도 전체의 자치주는 5개에 이른다. 양원제로 바꿀 경우에는 자치주 단위로 상원의원을 선출하고, 인구비례에 따라 하원의원을 뽑게 된다.
또 전국의 230개 시ㆍ군ㆍ구를 인구 50만명 이내의 일반시와 인구 50만~150만명 가량의 광역시로 재편하면 60~80개의 통합시가 생겨난다. 기존의 읍ㆍ면ㆍ동은 주민자치지구로 바뀌게 된다.
자문위원들의 견해는 전국 시ㆍ군ㆍ구를 50~70개로 통합하자는 한나라당 및 민주당의 의견과 전국을 5, 6개의 자치주로 나눠 연방제를 운영하자는 자유선진당의 입장을 고루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는 광역 시ㆍ도 체제 폐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으나 상당수 의원들이 전국 시ㆍ군ㆍ구를 50~70개 가량으로 통합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언뜻 보면 각 정당의 행정구역 개편안에 유사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은 각종 선거의 득실과 연관을 갖는 민감한 주제이다. 또 기존 행정체제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행정구역 개편을 매듭짓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편 헌법자문위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는 헌법 117조 규정을 '법률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행정부의 명령 변경에 따라 지방 조례가 무력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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