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점검 워크숍에서 "공공기관장이 조직을 개혁할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회의에서 2012년까지 민영화하는 공기업 인력 1만,2000명을 포함한 3만4,000명의 인력 감축방안을 내놓았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탈법적 노사관계를 철저히 감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신의 직장', '철밥통'으로 불리며 방만경영의 상징이 돼버린 공기업을 개혁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부터 내건 핵심 국정과제다. 하지만 공기업 구조조정은 지난해 촛불시위와 이해집단의 반발, 글로벌 경제위기의 쓰나미에 휩쓸려 흐지부지됐다. 대통령이 개혁에 늑장을 부리는 공공기관장을 불러 호통친다고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당정이 힘을 모아 총력전을 펼쳐도 힘겨운 판에 당ㆍ정ㆍ청 간에 공기업 개혁 방향과 속도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왔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 방안은 그 동안 7차례나 제시됐지만, 인력 감축에서만 시늉을 냈을 뿐 지지부진하다. 24개 기관의 민영화는 시장 악화에 따른 헐값 매각을 이유로 성사된 게 없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은 국회에 계류돼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폐지도 코레일애드컴 등 작은 것 2개만 이루어졌을 뿐이다.
공기업 개혁은 정부가 비상한 각오를 다지지 않는 한 노조 등의 반발과 낙하산 자리를 잃지 않으려는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가 정치논리와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에 휩쓸린다면 수십조원의 혈세를 지원 받아 고임금, 정년 보장 등 특혜를 받으며 방만경영을 해온 공기업 수술은 용두사미가 될 것이다.
공기업 통폐합과 민영화는 추경 등으로 급증하는 적자재정 해소에도 긴요하다.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공기업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공공기관장은 자리 보전에 연연해 노조와 야합하지 말고, 국민혈세를 아끼고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구조조정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노조도 이기주의에 빠져 고통분담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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