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게시물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공개한 쪽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포털사이트가 전재한 기사와 네티즌들의 댓글도 이런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우리의 상식이나 사회 통념과 일치한다. 그 동안 포털 측은 기사는 스스로 작성한 게 아니라 언론사의 것을 옮겨 실었다는 이유로, 댓글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책임을 피해왔다.
포털사이트의 기사와 댓글로 심각한 피해를 당한 김모 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포털은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 당사자의 삭제 요청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도 통제가 가능하면 이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기사 전재와 댓글 관리에 언론사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 사안은 1심에서 4개 포털에 모두 1,600만원의 배상판결이 있었다. 포털 측의 항소로 열린 2심에서 재판부는 포털의 '유사 언론' 기능을 인정해 배상액을 오히려 3,000만원으로 늘렸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와 별도로 포털사에도 적극적인 책임이 있음을 확인하고, 기사 전재와 댓글 관리에 대한 법률적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네티즌이 무작위로 올리는 댓글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면 포털사가 스스로 관리해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발생한 최진실 씨 자살 사건만이 아니라 익명의 그늘에 숨은 악의적 댓글로 피해를 당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 네티즌 스스로 양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포털 측이 자율적으로 사이트를 관리하고 제어하겠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말 7개 포털사가 모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출범시켰고, 3월부터 홈페이지(www.kiso.or.kr)의 '신고하기' 서비스를 통해 문제 있는 게시물을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포털들이 그 다짐을 확인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유사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일반 언론사에 준하는 법적ㆍ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지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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