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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윤리적 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나'인가 나의 '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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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윤리적 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나'인가 나의 '뇌'인가

입력
2009.04.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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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S 가자니가 지음ㆍ김효은 옮김/바다출판사 발행ㆍ264쪽ㆍ1만3,000원

현대 뇌과학은 살인범과 정상인의 뇌가 구조부터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밝혀낸 상태다. 살인범들의 뇌는 대게 심리 억제 메커니즘 기능이 있는 전두엽이 손상됐고, 공격성을 좌우하는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과거엔 고민 없이 살인범을 단죄했다. 하지만 뇌의 구조라는 물리적 요인이 범죄의 중요한 동인일 수 있다면 범죄자에게 물을 수 있는 윤리적 책임의 한계는 어디일까.

<윤리적 뇌> 는 이처럼 현대 뇌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던지고 있는 사회적,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뇌영상을 통해 마음의 행동 및 심리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인지신경과학'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인 뇌과학자로, 뇌과학과 관련한 미국의 인문학적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몇몇 주장은 사회적 통념과 격렬히 마찰할 수 있다. 태아를 언제부터 인간으로 대우할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일반적으로는 수정체가 착상하고 세포분열을 끝낸 14일 된 '배반포'부터 생명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뇌과학에 따르면 태아의 뇌는 최소 23주는 돼야 생각하는 인간으로 발달한다. 저자는 이런 시각에 따라 배아나 태아를 대상으로 한 의학실험 시한 같은 것도 조정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비친다.

캐나다의 스프린터 벤 존슨이 썼던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처럼, 앞으로는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도 나올 것이다. 이 경우 어떤 윤리적 기준에 따라 이 약물을 사용할지도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 뇌전극을 이용해 수험생의 뇌기능을 높이는 처치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두뇌의 우열에 관한 사회적 통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밖에 이 책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나'의 의지인지, 나의 '뇌'의 의지인지 하는, 자유의지 유무에 관한 철학적 논의와 뇌 안에 각인된 사회의 보편적 윤리 메커니즘에 관한 논의 등도 아울러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류는 보편적 윤리감각에 따라 과학의 발전이 나쁜 길을 향해 가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할 뿐이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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