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외모 지상주의라고 비난을 해 봐도 별 수 없다. 진솔한 내면보다 화려한 외연에 먼저 끌리는 게 인지상정.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이럴진대 하물며 남이 주는 '물건'인 선물이야 말할 것도 없다.
내용물이 무엇이든 본래 취지는 상대를 생각하는 정성스러운 마음이겠으나 어떤 포장 안에 담겨 있느냐에 따라 받는 이의 감동의 크기는 각양각색이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이 들어 있어 가정의 달이자 선물의 달로 불리는 5월이 다가온다.
거창한 선물을 준비하기 부담스러운 요즘 같은 불경기, 일찌감치 선물 포장법에 눈길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 플라워숍 '나무하나'(namuhanaf.com)를 운영하는 선물 포장 코디네이터 김소희씨의 아이디어 수첩을 훔쳐 봤다. 재치 있게 포장된 작은 속옷 한 벌이 내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될지 모를 일이므로.
■ 어디에나 무난한 종이봉투 포장
대개 선물 포장을 생각하면 네모난 상자에 담아 포장지로 감싸는 식을 떠올리지만 이런 고정 관념을 깨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돋보이는 선물 포장을 할 수 있다. 바로 상자가 아닌 종이봉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종이봉투에 선물을 담으면 남는 공간에 꽃 등 장식물을 함께 담는 센스를 발휘할 수 있고, 손잡이에도 색다른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다.
종이봉투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데 특히 조그마한 물건을 선사하고 싶을 때 굳이 자로 재단하지 않고 어림잡아 만든 봉투에 담으면 오히려 멋스러운 느낌을 풍길 수 있다. 손잡이는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끈을 잘라 만들 수도 있지만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둔 쇼핑백에서 떼어 재활용할 수도 있다.
성의 없어 보인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지만 여전히 환영 받는 선물인 상품권도 봉투처럼 접은 색지로 한 번 더 감싸 선물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선물이 된다.
■ 포인트 장식의 소재는 생활 속에서
상자든, 봉투든 선물을 포장 용기에 담은 후에는 장식물로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 흔히 리본 장식을 달지만 그것만으로는 다소 밋밋해 보인다. 조금 더 세련돼 보이고 싶다면 장식물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
리본 대신 비즈 공예 부품으로 선물 상자 전체를 둘러주는 것은 어떨까. 비즈 공예가 보편화되면서 관련 부품은 동네 문구점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종이봉투로 포장을 했다면 야생화를 몇 송이 구해 선물과 함께 봉투 바깥으로 꽃대가 보이도록 길게 담아주는 것도 센스 있어 보인다. 포토샵 프로그램과 프린터 사용이 일반화된 만큼 'Especially For You' 같은 간단한 메시지를 적어 출력한 종이를 가는 철사로 봉투에 달아 주면 정성스레 준비한 느낌이 더 살아난다.
■ 폐품만 활용해도 상대는 신이 난다
분유 깡통이나 초콜릿 상자 같은 폐품도 선물 포장의 좋은 소재가 된다. 초콜릿 상자의 경우 박스 자체가 포장용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상표 부분만 포장지로 가려 주면 그럴듯한 포장 용기가 된다.
이때 일반 포장지 대신 날짜 지난 영자 신문, 또는 아이들 선물의 경우 <어린왕자> 같은 유명 동화 텍스트를 영문으로 출력한 종이로 감싸면 기존 포장지 못지않게 근사해 보인다. 그 위에 종이끈을 상자 전체적으로 둘러 마무리하면 좋다. 어린왕자>
초콜릿 상자에 펜이나 연필 등 긴 문구류를 담고, 상자의 길이가 조금 여유가 있을 경우 꽃 한두 송이를 함께 넣으면 공부의 압박감은 주지 않으면서도 부모의 속내가 담긴 어린이날 선물이 되지 않을까.
■ 재단 대신 어림잡아 만든 멋
요즘 가장 무난한 선물 아이템으로 분류되는 와인은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규격 포장지 한 장이면 멋스럽게 꾸밀 수 있다. 카키, 베이지 등 자연 색상의 포장지 한 장을 통째로 써서 와인병 주위에 빙 둘러 주고 윗부분을 봉투처럼 접어 와인 입구를 덮으면 된다. 여기에 리본으로 병 가운데를 세로로 길게 둘러 준다.
바닥 처리는 포장지를 원형 바닥의 지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아래로 조금 길게 빼 주름을 잡아가며 마감을 한다. 이때 반드시 자로 지름을 잴 필요는 없다. 어림잡아 처리한 그 위에 다른 포장지를 원형으로 잘라 덧붙이면 깔끔히 마무리된다.
종이봉투를 만들 때나 포장지를 마감할 때 풀 대신 깔끔하게 쓸 수 있는 양면 테이프 준비는 필수다. 포장지나 종이끈은 고속터미널이나 남대문 등지의 대형 문구 상가에서 구입하면 예산도 줄일 수 있다.
◆ 간단한 포장용 종이봉투 접기
1. 내용물의 모양에 맞춰 가로로 또는 세로로 긴 포장지를 준비하고 가운데 1cm 정도가 겹치게 양 옆을 접어 양면테이프로 붙인다.
2. 밑면이 될 부분을 접고 다시 이 부분의 양 모서리를 삼각형 모양으로 접는다. 이때 밑면이 될 부분은 내용물이 담길 부분보다 짧은 길이로 잡는다.
3. 접힌 양쪽 모서리가 만나 뾰족하게 나온 부분을 역시 1cm 정도 겹치게 접고 양면테이프로 붙이면 밑면이 완성된다.
4. 봉투 윗부분을 옷감의 시접을 처리하듯 살짝 안쪽으로 접고 이 부분을 펀치로 뚫어 종이끈을 끼운 다음 빠지지 않게 매듭을 짓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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