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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자연사건 수사하는 건지 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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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자연사건 수사하는 건지 마는 건지

입력
2009.04.1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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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장자연씨가 자살하고 1주일 후에 '성상납 리스트'로 불리는 문건이 공개되면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으나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다. 수사의 진전은커녕 현재 수준에서 사건을 두루뭉술하게 넘길 모양이다.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급기야 야당 국회의원들과 언론사 간의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는데도 경찰의 발걸음은 제 자리다. 결국 다음 주에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다.

사건의 본질은 장 씨를 죽음으로까지 몰아간 연예계의 노예계약과 여기에 수반되는 술접대와 성상납 등에 있다. 연예계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으나 고발자가 나오기 어렵고, 피해자가 스스로 은폐하고 있어 사법당국의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사회의 악습'이었다. 이번에 피해자가 죽음으로써 폭로하고 나섰고, 가족들의 고발이 있었는데도 경찰은 제풀에 몸을 사리면서 여기저기 눈치만 살폈다.

경찰은 그 동안 핵심 수사요원 41명을 투입해 수사본부를 꾸렸고, 장 씨와 주변인물의 휴대폰 통화내역 13만여 건을 분석했다. 60명 이상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관련 사무실 주변의 CCTV, 술접대 업소(9곳)와 관계자들의 카드사용 내역 등도 샅샅이 훑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하는 말이 "강요 혐의가 있는 사람은 9명이고, 이들 중 몇 명이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게 전부다. 수사권 독립을 외치던 경찰의 자존심은 보이지 않는다.

모 일간지 사장이든, 모 인터넷매체 대표든, 또 다른 인사든 그들을 "9명 중 하나"로 얼버무리는 것은 경찰이 소문과 추측을 더 퍼뜨리는 셈이다. 장 씨가 남긴 문건에 거명이 됐다면 사실 여부를 조사해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죄가 되면 된다, 안되면 안 된다고 확인해야 한다.

맞고 죄가 된다면 공개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개인의 명예를 앞세워야 한다. 불법행위를 제거하는 것도 경찰이 할 일이지만,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는 것도 경찰의 몫이다. 말하기 곤란하고 수사하기 어려우니 언론이 알아서 뭉개주면 좋겠다는 식이라면 경찰이 있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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