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상위권은 서울 등 도시 지역이 사실상 싹쓸이했지만, '군계이학(群鷄二鶴)'도 있었다. 전남 장성군과 경남 거창군 등 2개 군 지역이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이들 지역은 지난 5차례의 수능을 치른 결과, 언어 수리 외국어 등 대부분 영역에서 1~4등급 분포 학생들이 많은 상위 20개 시군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장성군이 단연 돋보였다. 이 지역 유일한 일반계 고교인 장성고는 5년 연속으로 모든 시험 영역에서 상위 20개 시군구에 포함됐다. 2009학년도에는 언어, 수리 '나', 외국어(영어) 영역 등 3개 영역의 1~4등급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수리 '가'도 3위였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리 '나' 영역의 경우 5년 연속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장성고의 경우 수리 성적 만큼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수능 성적은 고스란히 재학생들의 대학 진학으로 이어졌다. 서울 강남의 웬만한 고교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에 버금 갈 정도로 주요대 합격생이 많았다.
올해 대입에서 서울대 2명, 고려대 18명, 연세대 11명 등 이른바 'SKY대'에 모두 32명이 합격했다. 전체 3학년생(272명)의 10%가 넘는 숫자가 명문대에 진학한 것이다. 의대와 한의대에도 13명이 들어갔다. 서울 소재 대학에만 전체의 55%인 110명이 합격했다.
기숙형 자율학교인 장성고가 이런 놀라운 성과를 보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일단 우수한 자원이 무기다. 비평준화 고교인 탓에 목포 등 인근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지원해 자원 자체가 뛰어나다.
하지만 정작 장성고의 경쟁력은 입학 후에 발휘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학교는 철저히 학생 중심의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기 초에 국어 영어 수학 등 3개 과목 테스트를 한 뒤 이를 근거로 학생별 수준을 분석해 맞춤식 수업을 이어간다. 1학년 때는 '수리 따라 잡기반'을 운영해 수학 실력 향상에 전념토록 유도하고 있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에는 학생들이 부족한 과목을 보충토록 하기 위해 '자율선택형 맞춤식 수업'도 진행한다. 학교 측은 "지난 10여년 동안의 각종 대입 관련 정보들을 총망라한 '대입정보실'이야 말로 장성고 만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거창 고교들도 대도시 고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음이 입증됐다. 거창고 등 6곳의 일반고가 있는 거창군은 언어 영역 성적이 5년 연속 전국 상위 20개 시군구에 들었다.
수리 '나'와 외국어 영역도 강해 지난해 수능 1~4등급 비율 상위 20개 시군구 중 수리 '나'는 14위, 외국어는 15위를 각각 기록했다. 교육계에서는 거창 지역 고교 중에서도 거창고를 주목하고 있다.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데다 학생 중심의 자율성 교육은 '전매특허'로 통한다. 이번 수능 성적을 분석했던 김양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연구팀장은 "KC고(거창고를 지칭함)의 높은 높은 학력수준이 거창군 전체 수능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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