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60대 이상 고령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동맥류 파열(지주막하출혈)이 최근 40대에도 크게 늘고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팀은 2006년 7월~2009년 1월 뇌동맥류 파열로 치료 받은 환자 203명을 분석한 결과, 40대 이하가 68명(34.4%), 50대가 66명(33.2%), 60대 35명(18%), 70대 이상 33명(16.4%)으로 40대 이하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3월~2005년 2월, 4년간 추적 조사 통계인 40대 이하 52명(28.4%), 50대가 59명(32.1%), 60대 48명(26.2%), 70대 이상 24명(13.3%)과 비교된다.
뇌동맥류는 파열 위험이 높은데, 고혈압과 흡연, 알코올 남용, 약물 남용,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다.
고 교수는 "30, 40대 젊은 층이 50대 이상 고령인 보다 건강에 관심이 적고 지나치게 건강에 자만하는 경향이 있어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생활습관병 관리에 소홀하고 갖가지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50대 이상 고령인 환자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은 이들이 뇌혈관 컴퓨터 단층촬영(CT)나 뇌혈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뇌혈관 이상 유무를 알 수 있는 검사를 받을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뇌동맥류 파열은 뇌동맥 일부가 얇은 주머니나 풍선꽈리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갑자기 터지는 질환이다. 터지기 전까진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러나 터지면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심한 두통이 나타난다. 뇌동맥류 환자 10명 중 2~3명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는 순간, 많은 환자가 '머리에 천둥 치는 것 같은 통증', '머리가 터지는 듯한 통증' 등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과 구토를 느낀다.
갑자기 혈관에 혈류량이 늘고, 파열로 인한 순간적인 뇌압력 상승과 이로 인한 뇌신경 손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낮은 겨울철이나, 겨우내 움츠리다 새봄을 맞아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초봄에 많이 나타난다.
또한 배변과 사우나, 갑작스러운 흥분, 성관계, 무거운 물건을 들 때처럼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뇌동맥류가 파열될 수 있다.
따라서 갑자기 심한 두통이 발생하면 재빨리 인근 큰 병원으로 가서 뇌 CT 촬영이나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 여부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뇌혈관 3차원 CT(3D-CTA)나 자기공명혈관 촬영(MRA) 검사를 이용, 과거 가족 중에 뇌동맥류로 치료 받았거나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심한 두통이 갑자기 나타나면 반드시 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응급실 도착 후 뇌 CT 검사를 통해 뇌 지주막하 출혈로 진단되면 지체 없이 뇌혈관 조영술을 받고 빠른 시간 내에 뇌동맥류를 치료해야 한다.
뇌동맥류 파열 치료는 머리뼈를 열고 부풀어 오른 동맥류를 묶는 수술(동맥류 경부결찰술)과 백금코일로 꽈리 내부를 채워주는 수술법(코일색전술)이 있다.
코일색전술은 뇌수술이 어렵거나 위험성이 큰 환자에게 머리뼈를 열지 않고 사타구니 부위 혈관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류 안에 가느다란 관을 넣고 꽈리내부를 특수 코일로 채워 막는 시술이다.
머리에 칼을 대지 않고 효과적으로 동맥류를 치료하는 이 시술법은 최근 몇 년 새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치료 결과도 매우 우수하다.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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