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 문구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영변 핵시설 원상 복구, 정상 가동, 폐연료봉 재처리, 경수로발전소 건설 검토' 등 북한이 이날 밝힌 내용만 보면 사실상 핵 개발을 재개하겠다는 엄포이기 때문이다.
평북 영변에 있는 북한 핵 시설 단지는 2007년 6자회담 2ㆍ13, 10ㆍ3 합의에 따라 불능화(disablement)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원자로, 핵 연료봉 제조공장,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 불능화 등 8가지 조치는 완료됐고 ▦사용 후 폐연료봉 인출 ▦연료봉 구동장치 제거 ▦사용 전 연료봉 처리만 남겨둔 상태다. 사용 후 폐연료봉은 8,000개 가운데 6,500여개가 인출됐고 14일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기술자들이 불능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북한은 3월 들어 불능화 대가인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이 중단되자 폐연료봉 인출 속도를 늦춰 일주일에 15개만 인출하는 등 사실상 태업 상태였다. 이제는 이마저도 중단하고 오히려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시설 원상 복구에 나선다면 첫 대상은 재처리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5㎿급 원자로의 사용 후 연료봉 8,000여개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 6~8㎏ 생산이 가능하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고를 늘릴 수 있는 민감한 시설인 것이다.
특히 재처리시설은 불능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사용 후 핵연료를 녹인 용액을 담는 용기와 구동장치 정도만 제거했기 때문에 이르면 1~2개월, 늦어도 3~4개월이면 복구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북 소식통은 "재처리시설은 플루토늄을 추가 생산할 수 있어 그만큼 위험한 시설이고, 복구도 가장 쉬운 편에 속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눈길을 끈다. 경수로의 경우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 건설하다 2006년 5월 공정율 34.5%에서 종료한 상태다. 북한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여기서 공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수로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원자로나 부품, 기술 등이 지원되지 않으면 건설 자체가 어렵다. 또 경수로에서는 플루토늄 추출이 사실상 어렵다. 오히려 경수로에 필요한 핵연료 제조에는 우라늄 농축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이 경수로를 언급한 것은 이란처럼 우라늄 기반 핵 개발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2002년 2차 북핵 위기를 불러왔던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논란과 연결돼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정상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