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가입을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북한의 계속된 강공에 대한 맞불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PSI 가입을 '선전 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만큼 초강경 맞대응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서해상 등에서의 무력 도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때문에 가뜩이나 꽁꽁 얼어 붙은 남북 관계가 치명적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 관계가 1, 2년 간 아예 단절될 수도 있다"(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 "남북 간 '긴장의 전면전'이 시작될 것이다"(서강대 정외과 김영수 교수) 등 전문가들의 전망도 비관론 일색이다.
정부는 '유엔 차원의 대북 조치 완료→PSI 전면가입 발표'라는 시간표대로 착착 움직였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관련 유엔 의장성명 채택에 대해 북한이 14일 6자회담 불참과 영변 핵시설 불능화 중단 등으로 압박했지만 정부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기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4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PSI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WMD에 대한 국제적 비확산 체제에서 한국이 핵심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금 가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실리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공연히 북한만 자극하고 남북 관계 경색과 한반도 주변 긴장 고조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은 이미 PSI 가입에 대해 '단호한 대응' 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우리 영토 0.001㎜라도 침범한다면 모든 잠재력 총 발동해 천, 백배 보복 타격을 가할 것"(3월 4일 노동신문) "남한 정부가 로켓 발사 이유로 PSI 참여한다면 선전 포고로 간주, 즉시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3월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등이다.
북한이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로는 꽃게잡이철을 맞은 서해상에서의 군사적 도발, 남북 해운합의서 무효화, 개성공단 출입 재차단 등이 거론된다. 북한대학대학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서해상에서의 무력 시위나 충돌 유도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고, 김용현 교수도 "북한은 'PSI=자주권 침해'라고 보기 때문에 제한적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개성공단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 문제가 더 꼬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양무진 교수는 "PSI를 빌미로 북한이 대남 대화 채널을 더욱 꽁꽁 닫을 경우 이 문제가 그야말로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며 "북한은 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억류된 미국 여기자 문제에는 적극 나설 수 있겠지만 현대아산 직원 문제는 다르게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영수 교수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도발을 통해 북한이 얻을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문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