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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게이트/ 너무 느긋해 보이는 檢 "돈 어디에 썼는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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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게이트/ 너무 느긋해 보이는 檢 "돈 어디에 썼는지 상관없다"

입력
2009.04.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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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받은 100만달러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도 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할 수 있을까.

검찰은 "뇌물 수수 혐의는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기만 하면 성립된다.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상관없다"며 사용처 조사가 필수 사항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돈을 받은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인지, 권양숙 여사인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이 같은 입장은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풍긴다. 이번 사안에서 사용처 수사는 돈을 누가 받았느냐는 범죄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검찰이 사용처 규명에 소극적이라기 보다는 사용처를 규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현금으로 받은 부분은 당사자가 함구하면 방법이 없다"며 "권 여사가 사용처를 밝혀주길 바랐는데 입을 다물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검찰은 13일 권찬호 전 시애틀 총영사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100만달러를 건호씨에게 전달했다는 제보를 받고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그를 불러 조사했지만 사실무근으로 드러나자 상당히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용처에 대한 단서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이 노 전 대통령측에 더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기획관은 "절도범을 잡았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나는 알리바이가 있다'라고 말해서 알리바이를 물으니 '그것은 말 못한다'라고 주장하는 상황과 같다"며 "알리바이가 무엇인지는 당사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노 전 대통령측에서 권 여사가 돈을 받았다고 내세우고 있다면, 권 여사 스스로 사용처를 밝혀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원까지 그렇게 판단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노 전 대통령이 100만달러를 받았다는 증거가 박 회장의 진술 뿐일 경우 궁지에 몰리는 것은 검찰일 수도 있다. 법원은 진술뿐인 뇌물죄에 대해 엄격히 법리를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전체적으로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해도, 일말의 의심이 들 때는 혹시라도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자는 무죄추정의 방향으로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은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더라도 돈을 전달한 정황에 대한 증거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박 회장 진술의 구체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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