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이 왔는데도 달갑지 않은 사람이 있다. 꽃가루나 풀, 동물 털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그렇다. 알레르기(allergy)는 그리스어인 'allos(다른)'와 'ergos(일하다)'에서 유래됐으며, 이는 '다르게 일하다'는 뜻이다. 즉, 보통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가 안되지만 특정인에게 두드러기, 비염, 천식 같은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알레르기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기관지 천식 등이다. 봄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들 '알레르기 질환 3총사'에 대해 알아본다.
■ 알레르기성 결막염
건조한 4~8월에 주로 발생한다. 먼지나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애완동물 털이 주 원인이다. 꽃가루가 눈을 자극해도 생긴다. 황사가 생기는 날이 아니더라도 유원지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나 유해 성분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눈이 가렵고 충혈되며 이물감이 있거나 점액성 눈곱이 생기는데 가려워 비비면 흰자위가 부풀기도 한다. 소프트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이 때 차가운 물수건으로 하루 3~4회, 5분 정도 눈을 마사지하면 좋다. 약물 치료로는 스테로이드제 안약이나 항히스타민제가 사용된다. 눈을 비비거나 소금물로 씻으면 증상이 악화하므로 피해야 한다.
예방은 원인이 되는 먼지나 황사, 꽃가루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다. 부득이 외출하면 밖에 나갔다 온 뒤 항상 손을 씻고, 눈을 생리 식염수로 씻거나 가급적 방부제가 없는 인공 눈물을 넣으면 좋다. 자주 환기하고 집안에 애완견이나 고양이, 조류 등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을 되도록 멀리한다.
■ 알레르기성 비염
외부 자극에 의해 코가 과민반응을 일으켜 재채기나 콧물, 코막힘 등을 유발한다.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감기약을 먹다가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차이점은 감기는 맑은 코에서 노란 콧물로 변하며, 목이 아프거나 몸살, 기침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눈 주위가 가렵고 충혈되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동반하기도 한다. 예방이 중요하며 실내 환기와 청소를 자주하면 좋다. 실내 습도를 40~50%, 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소파와 카펫, 커튼 등은 자주 빨고 외출 후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하면 항울혈제와 항히스타민제, 소염제 등을 먹거나 흡입하면 도움이 된다.
코막힘이 심하면 레이저 수술을 하기도 한다.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다. 최근 코블레이터를 이용한 코막힘 제거수술이 인기다. 코블레이터란 저온의 고주파를 이용한 수술기구로, 예민해진 콧속 점막을 지져 굳은 살로 만드는 수술을 한다.
한방에서는 전기침과 레이저, 향기요법, 바이콤 등 물리요법과 소청룡탕을 이용한 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 전문 영동한의원 김남선 원장은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944명에게 소청룡탕을 비롯한 소건중탕, 형개연교탕 등을 복합해 처방한 결과, 98%(927명)가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며 "한약으로 치료하면 호흡기 면역력이 높아져 재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리는 어린이 대부분은 입으로 호흡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이 부진하고 키가 제대로 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알레르기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피부염의 주된 증상은 가려움증, 벌겋게 부어 오름, 뾰루지 등이다. 심하면 물집이 잡히거나 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다.
원인은 꽃가루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 품종은 풍매화(바람에 꽃가루가 날려 수정하는 꽃)다. 자작나무와 참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아카시아, 삼나무, 버드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부위에서 생길 수 있으며, 한 부위에 생기면 대체로 3~4시간 지속되다가 다른 부위에 다시 생긴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4~5월에 피부염 증상이 나타나면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난다'는 말처럼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장소로 다니는 일을 피해야 한다. 또 외출 시 되도록 긴 팔 옷과 마스크, 장갑 등을 착용해 꽃가루가 피부에 닿는 일을 가능한 한 막아야 한다.
진단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의심되는 알레르기 물질(알레르겐)을 직접 피부에 대어 과민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다만, 접촉한 뒤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제각각일 때가 잦아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치료는 가려움증이 심하면 이를 줄여주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쓴다.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물질은 꽃가루 뿐만 아니다. 음식물과 목걸이, 귀걸이 등 귀금속류, 화장품과 옷감 등에 쓰이는 색소, 살충제 등 화학물질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새 옷이나 장신구를 한 뒤, 또는 새 음식을 먹은 뒤 가려움증 등 피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알레르기성 기관지 천식
천식은 간헐적으로 기관지가 좁아져 숨차고 쌕쌕거리며, 기침을 발작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자주 기침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가래가 걸려 있는 듯 하면 모두 천식으로 볼 수 있다.
새벽에 잘 생기는 천식 발작의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식은 땀이 흐르고 맥박이 빨라지는데, 생명도 위험할 수 있어 반드시 응급치료를 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면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을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하루 6~8잔 정도 물을 마시고, 금연하며,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센터 이상일 교수, 서울아산병원 이상도(호흡기내과)ㆍ장성은(피부과) 교수, 명동하나이비인후과 박상욱 원장, 빛사랑안과 이동호 원장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