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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 서울 중구청장, 관내 30곳에 신문고 설치…주민들 민원 듣고 도움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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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일 서울 중구청장, 관내 30곳에 신문고 설치…주민들 민원 듣고 도움 손길

입력
2009.04.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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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며 생활고를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넘쳐납니다. '신문고'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14일 오후2시 서울 중구 신당6동 새마을금고 앞. 전국 최초로 모든 동사무소에 현대판 신문고를 설치한 정동일 서울 중구청장이 지난 4개월간 겪었던 감회를 말했다.

정 청장은 "신당동에 사는 65세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아직도 제도적으로 지원 받지 못하는 주민들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가 소개한 할머니는 파출부로 일하며 한 달에 40만원 남짓 벌었지만 최근 경기가 악화하면서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아들은 6년간 근무한 직장에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나왔다.

그나마 사업을 시작했지만 빚더미만 남았고, 설상가상으로 3년 전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할머니는 아들의 빚과 병원비 마련을 위해 발버둥쳤지만 사회 복지제도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정 청장은 "할머니가 죽지 못해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 편지를 썼다는 사연을 읽는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며 "즉각 아들에게 공공근로사업과 노동부 구인구직 프로그램을 활용해 취업을 알선해 주고 차상위 계층 지원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 도심 한복판에 부활한 '구청장이 직접 듣는 신문고'가 민원 해결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중구 관내 15개동 마다 2곳씩 총 30개가 설치돼 있다.

주민들의 호응도 좋아 14일 현재 총 104건이 접수됐다. 이중 85건이 처리 완료됐고 19건은 진행중이다. 가장 많은 민원이 몰리는 곳은 신당3동 약수역과 신당4동 약수하이츠아파트 앞으로 각각 10건씩 접수됐다. 내용별로는 복지 관련 민원이 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과 도로 등의 민원이 각각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달 27일에도 신당5동에서 남동생을 키우는 22살 원모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신문고를 통해 전달됐다. 4살 때 부모가 이혼 한 후 아버지가 일용직 노동을 했지만 신용불량자로 은행 차압이 들어오면서 아버지마저 집을 떠났다는 내용이다.

원씨는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인터넷 의류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로 월 70만원을 받고 있지만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통장마저 압류됐다. 이 편지를 읽은 정 청장은 직접 집을 방문해 위로한 후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선정과 생계비와 남동생 학비 지원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정 청장은 매일 저녁 관내를 돌면서 신문고를 챙기고 있다. 해당부서 등의 검토를 거치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퇴근길에 사연이 담긴 편지를 가져가 내용을 검토한 후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 청장은 "제도적으로 지원 받지 못하는 어려운 가정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복지에 더 신경을 쓸 계획"이라며 "신문고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주민들의 어려움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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