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작은 창자)이 없어 아무 것도 먹지 못했던 환자가 뇌사자의 소장을 이식 받아 새 삶을 살게 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이명덕 교수팀은 14일 "위장관 손상으로 '단장(短腸)증후군'을 앓던 한모(22ㆍ여)씨가 지난해 12월 31일 뇌사자의 소장을 이식 받아 3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아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뇌사자 소장 이식이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단장증후군은 장폐색으로 소장이 짧아지거나 없어져 소화흡수를 하지 못하는 희귀 질환이다. 환자는 영양제 주사로 연명해야 한다. 이 교수팀은 14시간여의 수술을 통해 뇌사자에게서 떼어낸 소장 전체(약 4ｍ)와 대장(큰 창자) 절반을 한씨에게 이식했다. 한씨는 11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다가 정상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돼 지난달 19일 퇴원했다.
소장 이식은 거부 반응이 크고 이식된 장기가 대변에 노출돼 감염 위험이 높은 데다, 소장이 계속 움직이므로 기술적 어려움도 많다. 특히 소장 이식 환자 중 일부는 소장이 없는 동안 복강이 줄어든 탓에 이식 후 배를 닫으면 이식된 소장의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번 이식 수술에서는 수술 1년 전부터 환자의 뱃속에 물풍선을 넣어 복강 내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사용, 소장 전체와 대장 일부를 무리없이 이식할 수 있었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이 교수는 2004년 4월 국내 최초로 성인 소장 이식수술을 한 데 이어, 2005년 7월 세살배기 어린이의 소장 이식수술도 성공하는 등 이 분야의 권위자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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