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과 부처님오신날이 이어지는 4~5월 종교축제 기간을 맞아 기독교와 불교계가 다양한 빈민ㆍ노숙인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축일에 맞춰 높아지는 종교적 관심을 이웃과 나누는 '희망나눔' 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 취지다.
경제위기로 주저앉게 된 이들을 격려하고 재기의 희망을 불어넣는 활동을 통해 종교계도 대중의 고난과 함께하는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새삼 다지는 분위기다.
이번 축제기간에 가장 두드러진 종교계의 활동은 노숙인 지원사업. 이봉재 서울신학대 교수가 지난 2월 발표한 '전국 쉼터와 거리 노숙인의 현황'에 따르면 2월 현재 전국 노숙인 숫자는 5,400여 명으로 지난해 8월 4,400여 명에 비해 6개월 만에 20% 이상 급증했다.
경기불황에 따라 사업에 실패한 영세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 실직자 일부가 노숙인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교계의 분석이다.
개신교는 이미 '전국실직노숙인대책종교시민협의회'(www.homeless.or.kr) 채널을 통해 서울역 등 전국적으로 노숙인들이 모이는 거점을 중심으로 무료급식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길거리 급식에 따른 노숙인들의 자존심 훼손 같은 문제점 때문에 실내배식과 의료서비스 등 복합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20주년기념행사조직위원회 희망나눔구호본부(상임본부장 김범곤 목사)가 9일 서울 중구 회현동에 신설한 '기독교긴급구호센터-사랑의 등대'는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한 지원시설이다.
1991년 예수사랑선교회를 설립해 19년째 서울역 일대에서 무료급식을 해온 김범곤 목사의 사역을 확대한 '사랑의 등대'는 일대 노숙인 200여 명이 일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예배실 겸 식당을 갖췄다.
또 매주 목요일엔 의료진료, 금요일엔 이ㆍ미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점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랑의 등대'는 당분간 남산과 서울역 등지에서의 거리 무료급식도 병행할 방침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자비나눔'을 범불교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조계종도 5월2일 부처님오신날까지 열리는 일련의 축제행사를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청계천 연등행사, 전국 각 사찰의 연등 및 1배 100원 모금행사 등을 통한 시주금 일부를 조계종 공익법인 '아름다운 동행'(www.dongheng.co.kr)에 기부해 저소득ㆍ실직가정 등의 지원에 쓸 계획이다.
조계종의 빈민ㆍ실직자 지원활동은 가족 단위로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마음의 보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Share Will' 활동은 해당 가정의 초ㆍ중ㆍ고생 자녀들을 1일 방문체험 식으로 기관에 견학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또 저소득 가정 템플스테이는 실직 등으로 가족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정 가족들을 주요 사찰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토록 재정지원을 한다. 이밖에 조계종은 종무원 인턴제, 난치병 아동 의료비 지원활동 등도 '자비나눔' 운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조계종 사회부 박정규 행정관은 "'아름다운 동행'은 부처님오신날까지 전국 각 사찰에서 기부금을 받아 약 5억원의 예산을 5, 6월부터 본격 집행할 것"이라며 "'자비나눔' 운동을 통해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 상을 심겠다"고 말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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