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달러 의혹 사건에서 노건호씨는 '주연'일까 '조연'일까, 아니면 '엑스트라'에 불과할까.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를 16일 세 번째로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사건의 무게 중심이 점점 건호씨에게로 쏠리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해 2월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를 단순 투자금이 아닌,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돈이 송금되기 직전 건호씨가 연씨와 함께 베트남에 있는 박 회장을 방문한 사실까지 드러나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500만
달러의 운영에 건호씨가 얼마나 깊이 관여했는지가 수사 초점이 된 것이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검찰은 자금 흐름을 추적해왔다. 건호씨가 주주로 참여한 '엘리쉬&파트너스'에 500만 달러 중 약 300만 달러가 투자됐고, 전액이 다시 해외기업에 투자된 사실이 확인됐다. 일단 외형상 투자처로 드러난 국내 회사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엘리쉬&파트너스에 투자된 자금 중 수십만 달러가 몇 단계를 거쳐 미국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인터넷 서비스업체 O사 등 국내 기업 2곳으로 유입된 흔적을 포착했다. 수 차례의 자금 세탁성 재투자를 통해 '위장ㆍ우회 투자'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검찰은 건호씨가 이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자금 추적과정에서 건호씨와의 돈거래 정황이 드러난 노 전 대통령의 손아래 처남 권기문씨를 14일 소환 조사한 것도 권씨가 두 회사 중 한 곳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의 500만달러'와 건호씨의 연관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해외 투자처에서 다시 투자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진정한 투자처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수사 진행에 따라 국내 유입이 확인된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핵심은 역시 건호씨가 엘리쉬&파트너스의 투자과정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느냐이다. 건호씨가 실질적으로 투자 결정을 좌우한 것으로 드러나면, 500만 달러의 종착지는 연씨가 아니라 건호씨이고, 사실상 그 돈의 주인은 노 전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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