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과 역마진으로 올 1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걱정하던 은행들이 되려 흑자를 내며 예상외로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손실을 이미 4분기에 대규모로 반영해 먼저 털어낸데다, 기업 구조조정도 지지부진해 대손충당금(손실을 예상해 쌓아두는 준비금) 적립액도 적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지주(2,617억원), KB금융(2,300억원), 우리금융(1,245억원), 하나금융지주(815억원) 등 은행 지주사들이 지난 4분기보다 흑자폭이 늘어나거나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환은행(1,071억원)을 비롯해 기업(774억원), 부산(453억원), 대구(388억원), 전북은행(68억원)도 모두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국내 은행들은 경기 급락에 따른 대출 부실 증가와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8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3,000여억원 규모)를 기록했으며, 1분기는 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꽤 많은 흑자를 낸 것이다.
은행들의 실적이 호전된 이유는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연체율 상승세도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이미 1차 건설 및 조선 구조조정에 따른 예상 손실을 대규모로 미리 반영했고, 올해 1분기에 진행된 2차 구조조정 폭도 적어 손실액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또 올해 2월 2.67%까지 상승했던 중소기업 연체율이 3월말에 2.32%로 낮아져 수익성 개선이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 같은 흑자가 2분기 이후에도 추세적으로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1분기 흑자가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큰데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이자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대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경기침체 장기화로 중소기업 부실이 늘어나면 흑자 기조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대 수익원인 이자 수익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가 지난해 하반기 1.5%~2.0%를 유지했지만 올해 2월에는 0.6%~1.4%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조달금리는 여전히 높은데 가계나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는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에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은행들이 수익성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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