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경제ㆍ정치를 아우르는 '메가 파워'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베이징 컨센서스의 개념과 영향 분석'보고서에서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자원외교 및 대외 원조 확대를 통한 중국식 발전 모델 확산에 공들여온 결과, 세계 경제ㆍ정치ㆍ외교에서 영향력이 급속히 커졌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 공조 과정에서 G7에서 G20으로 국제질서의 무게중심이 옮겨졌다고 하지만, 이젠 중국이 미국과 함께 2강 체제를 형성하는 'G2'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달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개의 경제엔진이 G20 경제를 끌고 가야 한다"며 'G2'란 용어를 처음 썼다.
실제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세계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 달러의 위상에 중국 위안화의 도전이 거세졌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1,800억위안) 홍콩(2,000억위안) 아르헨티나(700억위안) 등 6개국가와 6,500억위안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특히 아르헨티나와는 무역대금 결제에 위안화를 달러화와 병행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위안화의 역할을 확대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시스템 개혁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축통화론까지 들고 나오는 배경에는 위안화 위상 강화가 깔려있다는 게 재정부의 분석이다.
대외원조와 자원외교를 전략적으로 활용, 특히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자원부국에 동조세력을 형성해가는 점도 눈에 띈다. 중국은 원유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대외원조를 확대(2003년 15억달러→2007년 250억달러)하고 대규모 투자도 진행, 원자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재정부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인 '워싱턴 컨센서스'가 저물고, 개도국을 중심으로 중국이 제시한 '베이징 컨센서스'가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식 정부주도의 시장경제 발전모델을 골자로 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는 화평굴기(和平堀起ㆍ평화롭게 국제사회의 강대국으로 부상)의 기치를 내걸며 각국이 독자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세계 경제체제에 편입돼야 한다는 대외정책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우리도 '베이징 컨센서스' 확산에 대응, 선제적인 대외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부는 "중국 위안화의 위상 강화로 우리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지역인 중남미, 아시아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중국의 자원개발 선점 여파로 우리의 자원외교 노력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개도국에 한국식 발전모델을 확산하고, 주요 수출대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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