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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 재점검도 '주먹구구'/ 유실 답안지 65만장 재집계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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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평가 재점검도 '주먹구구'/ 유실 답안지 65만장 재집계 제외

입력
2009.04.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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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13일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재점검 결과는 낙제점 수준의 정부 주관 학력평가 보고서에 다름 아니다. 평가 시행 및 채점에 이어 사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시험 전반에 걸쳐 총체적 부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과부가 2월 내놓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때 제기됐던 우려가 거의 100% 현실화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는 양상이다. 이번 결과를 야기한 근본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하지 않고 "일단 불을 끄고 보자"는 대책에만 골몰하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재점검을 통해 확인된 평가 오류는 전체 5만1,675건 중 1만6,402건(31.7%)으로 나타났다. 오류 유형은 주로 재적수와 응시자수를 착각해 누락하거나 성적을 이중계산하는 등의 집계 오류(9,198건ㆍ56.1%)에 집중됐다.

교과부는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에서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될 정도로 광범위했지만, 대부분 성적 채점 및 집계, 채점 결과를 상부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이를 근거로 지역별 성적 분포, 미달학생 비율 등 성적을 재집계한 통계 결과는 2월 발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높고, 시ㆍ도별 편차도 크다는 기존 흐름을 뒤바꿀 뚜렷한 변수가 없었다는 부연도 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재조사 결과가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교과부는 답안지가 유실되거나 폐기된 수치를 재집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라진 답안지는 65만여장으로 전체 답안지(900만장)의 7.2%나 된다.

이 답안지가 폐기되거나 유실되지 않았다면, 시ㆍ도교육청 차원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을지 몰라도 지역 단위에서 차이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실제 2월 발표 당시 초등 6년의 영어, 사회, 과학 등 기초학력미달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돼 '공교육의 힘', '임실의 기적'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던 전북 임실지역은 과목에 따라 0.5~0.9%의 미달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가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 파악에 소홀했다는 점도 비난받을 소지가 높다. 중요한 건 오류 규모가 아니라 고의적인 은폐ㆍ조작 등 오류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도 교과부는 1만7,000명의 재조사 인원을 투입하고도 이런 과정을 생략하는 우를 범했다.

교과부는 답안지 유실 원인을 "대상 학생의 졸업, 교사 전보, 교실 변경, 학교 리모델링 공사 등에 따른 교사의 취급 소홀"로 치부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평가가 내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 단위에서 고의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다만 오류 형태를 봤을 때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특정 학교가 성적을 거짓 보고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일부러 답안지를 폐기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답안지 분실 규모가 책임 소재를 가리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교과부는 유실된 답안지 분량을 기준으로 7곳의 시ㆍ도교육청과 63곳의 지역교육청에 기관경고ㆍ주의 등의 형식적인 징계를 내렸을 뿐이다. 명백한 성적 조작 사실이 적발된 임실 등과 같은 지역교육청은 징계 대상에서 빠지게 된 이유다.

교과부는 표준화 한 OMR 카드 사용, 채점 방식 일원화 등 다양한 개선 대책을 내놓았지만 당분간 평가 신뢰도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교과부 대책은 학업성취도 평가로 인해 파생되는 교육과정의 파행 등 본질적 문제를 간과한 '맹탕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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