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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성북구청" 형제가 웃습니다/ 구청 도움으로 희망 찾은 백창수씨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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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성북구청" 형제가 웃습니다/ 구청 도움으로 희망 찾은 백창수씨 형제

입력
2009.04.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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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성북구 미아리 고개. 차량이 분주히 오가는 고가도로의 철제 난간에 연방 물을 뿌려대며 청소를 하느라 온 몸이 흠뻑 젖은 백창수(54)씨를 동생 창배(47)씨가 안쓰러운 듯 바라 보고 있었다.

창수씨는 "그래도 지금 이렇게 일하며 사는 게 어디냐"면서 "동생도 직장을 잡아 우리 형제가 웃고 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 청소에 비지땀을 쏟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세상을 다 얻은 듯 만족스러워 보였다.

백씨 형제는 요즘 행복하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변변한 직장도, 먹을 거리조차 구하지 못해 끼니를 수 없이 굶어야 했던 힘든 나날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작지만 옅은 미소를 머금게 됐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중국에서 받은 옷감을 다리는 봉제업을 하다 2003년 하청 공장이 부도가 나면서 불행이 백씨 형제를 덮쳤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 급한 대로 카드를 돌려 막았다. 하지만 눈 덩이처럼 불어난 카드 빚으로 형제는 어느새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판 막노동을 전전하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갔지만 더는 살아갈 힘도, 실낱 같은 희망도 사라져 가고 있었다.

지난달 16일 오후9시. 형제는 이날을 잊을 수가 없다. '와 당 탕탕…' 형제가 사는 40년이 넘은 삼선동 낙산근린공원 경계지 무허가 주택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화장실 벽체가 뜯겨져 나가면서 아랫집을 덮쳤고, 추가 붕괴위험 마저 높은 상황에서 주변의 신고를 받은 성북구청 관계자들이 급히 백씨 형제 집으로 달려갔다.

"자칫 나머지 외벽마저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우선 백씨 형제와 아랫집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긴급 철거를 진행했습니다."

성북구 주택관리과 김원식(50) 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10여일 뒤, 쓰러져 가던 형제의 집에서 더 이상의 붕괴 위험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구청이 사고 발생 직후 화장실과 담장, 대문 등을 곧바로 재시공했기 때문이다. 마땅한 예산이 없었지만 구청 측이 900여 만원의 긴급 구호비를 들여 보금자리를 다시 만들어 준 것이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형제는 허리를 숙이고 또 숙였다.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백씨 형제의 딱한 사정을 들은 구청 직원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주택관리과가 이들 형제의 낡은 집을 고쳐 주는 동안 복지정책과는 주거비 49만원을 긴급 지원했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웃 돕기 성금 40만원도 전달했다.

청소행정과도 동참해 형 창수씨를 4월부터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 삼선동 주민센터 역시 매주 1회씩 이들에게 쌀과 김치, 밑반찬은 물론 적십자사의 구호물품 등을 나눠 줬다. 구청 관련 부서들이 앞 다퉈 '후원 경쟁'을 펼친 덕에 형제는 다시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배려한 직원들의 공이 컸다"면서 "백씨 형제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봉사하는 구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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