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내조의 여왕'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과거에 얽매여 있다. 한준혁(최철호)은 첫사랑 천지애(김남주)를 잊지 못했고, 그의 아내이자 천지애의 친구인 양봉순(이혜영)은 자신이 두 사람을 갈라놓은 것에 괴로워한다. 또한 천지애의 남편 온달수(오지호)와 한준혁이 다니는 퀸즈푸드의 사장 허태준(윤상현)은 부모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졌다.
과거에 영향 받지 않는 천지애와 온달수가 돈은 없어도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해도 불행하다고 믿는다. '내조의 여왕'에서 그들이 천지애와 온달수에게 쏟는 감정은 과거를 되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첫사랑을 되찾으려는 한준혁이나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이해타산 없이 자신을 대하는 천지애에게 매력을 느끼는 허태준, 허태준의 냉대를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온달수를 통해 보상 받으려는 아내 은소현(선우선)은 모두 과거를 붙잡는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를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없다. 조건 없이 사랑했던 과거로 돌아가기엔, 그들은 이미 물질적인 삶에 종속됐다. 천준혁과 양봉순은 똑같이 천지애에게 "집이 몇 평이냐"며 물질로 행복을 따지려 하고, 허태준과 은소현은 각자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이혼도 하지 못한다.
양봉순이 회사 내 부녀회인 '평강회'를 통해 온갖 음모를 꾸며 천지애 부부를 몰아내려는 것은 그들이 사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순수한 사랑을 그리워하지만, 현실에서는 살기 위해 남을 물어뜯는데 익숙하다.
과거에는 '친구'였던 사람들이 현재는 남편의 지위에 따라 서로를 '누구 사모님'이라 부르는 세상. '내조의 여왕'은 얼핏 남편을 출세시키고 싶은 아내들의 이야기로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이야기 속에서 '사는 것'에 대해 묻는다. 남편은 '성공한 가장'이 되려고 온갖 부정을 저지르고, 아내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내조'를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밖에서는 조직에서의 생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서는 배우자와 멀어진다.
'내조의 여왕'은 온달수를 성공 시키려는 천지애의 코믹한 내조 이야기로 공감과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깊이를 갖췄다.
그것은 물질이 곧 성공이고, 원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막장 드라마'의 대안이다. 재미있고 공감도 가는데 유익하기까지 하다니, 이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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