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전시장과 다를 바 없는데 연예인 때문에 입장료를 받는 거냐."(관람객) "외국어에 능통한 직원까지 불렀더니 해외 바이어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참가 업체 관계자)
11일 하루 16만9,000명이 찾아 열흘동안 누적 관람객 79만2,000명을 기록하며 북적거렸다는 서울모터쇼 행사장.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의 얼굴에는 짜증 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주제인 '아름다운 기술, 놀라운 디자인'의 자동차는 찾아보기 힘든 데다, 주최 측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연예인들을 활용한 입장료 수익 올리기에 혈안이 된 탓이다. 참가 업체들도 침통하긴 마찬가지였다. 해외 바이어들과의 계약 체결을 기대하고 비싼 참가비를 냈건만, 단 한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 6대 모터쇼'라는 국제행사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수 글로벌 업체들이 금융위기를 이유로 불참한 탓도 있지만, 근본 원인은 아마추어적인 행사 진행에서 찾을 수 있다. 대회 첫날 A사가 정해진 시간(20분)을 넘겨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바람에 다음 차례의 B사가 설명회 기회를 놓친 예가 대표적이다. 주최 측의 간곡한 요청으로 대회에 참여한 B사 대표는 "기본이 안 지켜지는 행사에서 철수하겠다"고 화를 낼 정도였다.
자동차업계의 이익 대변에 최선을 다해야 할 주최 측이 해외 바이어 초청 등 비즈니스는 등한시 한 채 수익과 직결되는 관람객 모집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공분을 샀다. 국내외 언론에만 공개된 행사 첫날 일반인들을 3배 가량의 웃돈을 받고 입장시키기도 했다.
주최 측은 "연예인 전시회인지, 자동차 전시회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는 방문객들의 말과 "누구를 위한 모터쇼인지 모르겠다"는 참가 업체들의 푸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정민승 경제부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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